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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첫날 두 명이나 선별진료소 보낸 이야기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20. 5. 25. 05:22
설레는 개학 첫날. 하도 못 만나서인지 애들을 만나는 게 기대가 많이 됐다.
그런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갔는데...
갔는데..
조회 시간에 원래 열을 재도록 되어 있어서 뿅뿅뿅 열을 쟀다. 그런데 바로 두 번째 애부터가 너무 높게 나오는 거였다. 애들이 4층까지 헉헉거리고 올라온 직후엔 그럴 수 있다고 해서 5분 후에 다시 쟀다.
다들 정상치로 내려왔는데 한 명만 계속 37.8, 37.9를 왔다갔다.... 결국 일시적 관찰실로 보내고, 어머니께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드렸다.
사람들이 왜 증상 있는데도 내과를 가나, 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바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질 않는다. 열나는 게 보통 감기나 염증 증상이니까. 나도 학부모님에게 전화하면서 학교가 너무 예민하게 군다고 느껴질까봐 걱정이 됐다. 학생 어머니도 "그럼 관찰실에 있다가 열이 떨어지면 교실로 가는 거냐" 물으시고, 아이도 짐도 안 챙기고 달랑달랑 몸만 일시적 관찰실로 가려고 하고. 아니 열이 나면 의심증상자라서 바로 귀가라니까요. 어머님께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가야 하니 데리러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 반 누군가가 양성일 가능성은 상상이 안 된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걸까?
그러고나서 4교시에 내가 수업 하는 반 아이들 열을 쟀다. 어느새 나도 조금은 학교에 적응하고 여유도 생겨서, 37.5도 넘게 나오는 애들이 있어도 그냥 다시 쟀다. 그런데 두둥. 급식지도 당번으로 애들 줄을 세우다, 우리 반에서 어떤 애가 열을 네 번째 재도 37.9도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또 다시 재니까 괜찮아서 애가 밥을 먹으러 왔대.
이 사이에 어떻게 된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애가 급식 배식을 받으려는 바로 그 순간 보건샘이 얘를 데려가려고 올라왔다. 그런데 애가 정말 고등학생답게도 저 지금 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 식당 한구석에 자리 잡아주고 일단 식사 후에 다시 열을 재 보기로 함. 37.3도가 나왔는데 보건 선생님이 조퇴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식사 마치고 메신저를 켜 보니 이미 학부모한테 연락해서 집에 보냈다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은 채로 급식지도 마치고 줄 세우느라 몰랐는데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와 있어서 좀 미안했다. 원래는 애도 없고 하니 급한 연락 올 일이 거의 없어서 학교 오면 일단 핸드폰은 무음으로 바꾸고 잘 안 들여다 보는데 코로나 이후 이게 힘들다. 계속 핸드폰을 달고 다녀야 돼.... 그래서 기어핏 알림 설정도 바꾸고, 핸드폰을 크로스백처럼 매는 스트랩도 학교로 가져왔다.
38도 넘어가면 모를까 37.n도는 미열일 것 같아서 별 걱정 안했는데, 처음 집에 간 아이가 불안해서 하루 종일 책이 눈에 안 들어왔다는 말에 너무 안쓰러웠다. 첫날 아침부터 이런 일이 생겨서 나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아이들 지내는 거 보면 거리두기 따위는 조금도 지켜지지 않지만, 더이상 혼란스럽지 않게 1학기만은 잘 지나갔으면 하는 게 現고3 담임의 솔직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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