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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S로 하는 첫만남-코로나 사태를 맞아
    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20. 3. 7. 05:03

      교직 생활을 하면서 토요일에 학교 가던 시절도, 체벌이 있던 시절도, 자연 재해로 휴교하는 사태도 겪어봤지만, 개강이 3주나 미뤄지는 것도, 그 때문에 여름방학이 1주일밖에 없게 된 것도, 모두 처음이다. 출근을 자주 안 하니 몸이 여유롭긴 하지만, 나 역시 감염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고 온 나라가 바이러스 때문에 떠들썩하니 반가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올해 고3 담임을 맡게 되니 자꾸 아직 만나보지도 않은 애들이 걱정부터 된다.

      학원이나 독서실도 쉬는 곳이 많다던데 그럼 집에서 제대로 공부는 하고 있을까?

      괜히 뉴스를 보면서 심란해하진 않을까?

      지금 인터넷이 정부나 신천지 비판에 후끈 달아오른 듯한데, 그런 흐름에 괜히 마음을 빼앗겨 있는 건 아닐까?

      당장 닥쳐올 3월 학력평가며 원래 4월로 예정되어 있던 중간고사는 어떻게 되는 건지, 입시 일정에 괜히 불안해하지는 않을까? 

    그런 마음에 23일로 개학이 연기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작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구)2학년6반 친구들에게
    고3이다보니 학교에 안 가는 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지? 뒤숭숭한 소식 들리더라도 차분히 맘 잡고 ★건강 챙기고★올해는 이 시기를 알차게 보내야 좋은 결과 있으리라 본다. 페이스 잃지 말고 계속 공부하기!!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23일에 만나자^^
    ㅡ항상 너희를 응원하는 **샘이

    그리고 이번주에 20학년도 우리반 명단과 연락처를 학교에서 받아서, 새로운 반 아이들에게도 문자로 인사를 전했다. 사실 전화로 아이들 상황도 살피고 상담도 좀 해 볼까 했는데, 얼굴을 아예 안 본 아이들과 통화하는 게 좀 어색하기도 하고, 아이들도 아직 얼굴도 모르고 역할만 담임인 나에게 뭘 그리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겠나 싶어서 일단 문자만 보내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여러분과 1년을 함께 할 담임 ***입니다. 사상초유의 사태로 아쉽지만 문자로 먼저 인사하게 됐네요.
    1. 학교홈페이지-[학습활동]-[교과자료실]에 3.9.(월)까지 가정학습과제가 업로드됩니다. 수행 반영되는 항목도 있으니 꼭 확인하고 자기주도학습에 임하세요.
    2. EBS, 꿀박사 등에서 필요한 강의가 있다면 적극 활용하세요.(메가, 이투스 등 각종 인강사이트들도 3.8(일)까지 무료래요 소곤소곤)
    3. 선생님 연락처는 ***입니다. 특별한 일이 생기면 여기로 연락주시고, 지금!! 여러분의 이름과 함께 답장을 보내주세요.(1,7,17번째 친구에게 상품 증정+_+!!)
    오늘 하루를 흘려보냈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합시다. 건강한 모습으로 23일에 만나요!

    마지막 인사가 너무 잔소리스러웠나, 고민했지만 사실 잔소리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맞으니까.

    작년 아이들에게는 답장 두 통, 올해 아이들에게는 답장이 6통 왔다. 7번째 친구에게 상품을 증정하고 싶어도 나는 할 수가 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교 번호로 보낸 문자니까, 몇 명은 그냥 그대로 메시지 창에 답장을 해서서 내가 못 받은 걸 거야, 라고 조금은 위로를 해 본다.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올해 여름 방학이 거의 없을 테니 미리 자기소개서 구상을 해두라고 하는 걸 잊었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문자를 계속 보내니까, 월요일쯤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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