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 어른이 아닌데
애가 애들 34명을 책임지자니 거참..
그런데 더 문제는
애가 자기가 책임지는 애들을 돌아볼 틈도 없이 일이 쌓여
근데 그 일이란 게 또 하다보면 자꾸자꾸 빠져들게 되어서(사실은 일을 잘 못해서 계속 매달리다 보면)
멍하니 일하다가
종 치면 부랴부랴 수업하러, 종례하러, 조회하러 교실에 가게 된다.
그나마 좀 애들 생각할 시간이 있다면,
ebs 작가분한테 전화받을 때?
그리고 음.. 어제처럼 촬영하면서 인터뷰할 때? ㅋㅋ
그래선지 오늘은 문득문득 우리반에 대한 생각이 좀더 많이 들었다.
계속해서 내가 우리 반을 불만족스러워 하는 이유는
욕심많은 초보 엄마 맘처럼
아니라고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대가 너무 커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반이 작년 1학년 4반 같았으면 좋겠다,
내가 없어도 애들이 반듯하게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수업하다 지치면 쳐자지 말고 무서운 얘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편이 낫겠다,
4반만큼 대답을 잘했으면 좋겠다,
4반 애들은 강연 들을 때도 눈이 반짝반짝 열심히 필기하던데 왜 얘네는 동태눈깔일까,
하고..
나는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었다.
4반이 쉬운 건 사실이다.
농담을 해도, 수업 시간에 조금 어려운 질문을 해도 적극적으로 탁탁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고
잘 몰라도 수업에서 아예 스스로를 배제시켜버리는 아이는 극소수다.
그래서 나 자신의 수업도 참 많이 달라진다.
4반애들이 피곤하다고 조르면 무서운 얘기가 턱턱 떠오르는데, (정말 매일 자던 아이가 그순간 말똥말똥해지던 것은 잊을 수 없다)
우리 반 애들이 그냥 나자빠져 있으면 정말 얘네를 깨울 어떤 이야기도 생각이 안 난다.
그런 우리 반 아이들도,
비교하고 바꾸려 들지 말고
음.. 사람 중에도 좀 적극적인(그러고 보니 애들이 담임을 닮나보다ㅠㅠ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줍어 하는 사람이 있으니
조용하고 수줍은 우리반을 도닥여가며 달래가며 해야지 하고 생각해야지.
공부하고 싶은 애들에겐 우리 반 같은 분위기가 나을지도 몰라! 하는 위로 아닌 위로도 해 보며..
자신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부족해하는 나에겐 벅찬 일이지만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