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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책읽기, 기록 2020. 5. 19. 05:06

    -오케이 구글, 집에 왔어.(신나는 음악을 들려준다)

    -오케이 구글, 쇼핑 목록에 '달걀' 저장해줘.

    -오케이 구글, 오늘 일정 알려줘.

     

    "오케이 구글"은 구글에서 나온 AI 스피커인 '구글 홈 미니'를 호출하는 명령어이다. "오케이 구글!"하고 부르면 또로롱 불이 들어오면서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 날씨를 알고 싶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뉴스나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주로 활용한다. 손 안대고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은근히 편하다. 갤럭시 폰의 음성 인식 시스템인 '빅스비'도 잘 써먹고 있다.

     

    한번은 "오케이 구글!"을 외쳤다가, 내가 음성 명령으로 전화를 걸려고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바로 "하이 빅스비, 엄마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 걸어줘"라고 갤럭시에게 명령을 보냈다. 그랬더니 구글 홈미니가 "제 이름을 헷갈리신 게 아닌가요? 중얼중얼.." 하기에, 정말 얘가 내 말을 알아듣는 거 아닌가 싶어 깜짝 놀랐다.

     

     

    이 책을 읽고 확실히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AI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말한 단어와 그 조합에 입각해서, 통계적으로 추측해 옳을 것 같은 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도로의 모든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듯, AI는 체스나 장기처럼 조건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우수한 계산 능력을 통해 힘을 발휘하지만 조건을 쉽게 한정할 수 없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상식'처럼 문자로 체계화할 수 없다면 다룰 수 없기에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저자는 이렇게 AI의 한계에 대해서 다루면서 AI가 할 수 없는 일, 즉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어린 세대가 잘 해낼 수 있는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은 바로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능력이나 응용력, 유연성,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력 등이다. 그리고 이 바탕에 독해력이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의욕과 독해력만 있으면 스스로 공부해낼 수 있으니까.

     

    일본의 많은 학자들이 그렇듯, 이 저자도 학생들의 독해력 부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1639년 막부는 포르투갈인을 추방하고 다이묘에게 연안의 경비를 명령했다.
    -1639년 포르투갈인은 추방되었고 막부는 다이묘에게서 연안의 경비를 명령받았다.

    이 두 문장의 의미가 같은지 다른지도 판단하지 못한다고 한다.(당연히 다르다!) 중학생의 정답률이 57%. 이 밖에도 몇 가지 예시를 보여준다. 일본은 한자를 익혀야 하니까 애들이 더 어려워하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다를까? 임상적으론 애들이 읽고 이해를 못한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온라인 수업기간이다 보니 전달 사항을 어찌됐든 텍스트로 전달하게 되는데, 애들이 전혀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많이 든다. 문자로 이런 저런 안내를 아무리 해 줘도 이해 못한다는 걸 실제로 겪어보니 화가 나기보다는 그저 충격적일 때가 많았다.

    한편 나 스스로를 아프게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나는 얼마나 글을 꼼꼼히 읽고 있는가. 퀴즈를 풀어본다는 전제 하에 읽으니까 답을 찾는 거지, 평소에 이렇게 의미를 따져가면서 읽었다고는 선뜻 대답할 수가 없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AI가 편견과 차별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 이를테면 수학자 가운데 여성의 수가 적다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AI는 여자 고등학생에게 추천하는 직업의 선택지로 '수학자'를 결코 염두에 두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여겼던가. 가만히 두면 객관적인 척하면서 그저 주류, 혹은 기득권만을 대변하는 무엇인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무엇이 옳고 가치있는 것인지 판단해야 하고, 또 그런 사람들을 길러내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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