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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창/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中
    책읽기, 기록 2020. 5. 20. 05:10

    역사를 책 속의 글자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과거의 누군가와 현재의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생생한 어떤 것'으로 느끼기에 이야기만큼 좋은 게 있을까. 4.3 사건, 서북청년단.. 머릿속에서 떠돌던 지식들이 사람들의 삶으로 엮어져 나오는 한 페이지 페이지. 역사를 이해하는 게 이런 거였다는 걸 새삼 깨닫고 가슴이 뛰었다.

     

    바로 '제주도'에서 4.3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지식적인 면에서는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곳에만 물건을 팔 수 있는 지정판매제, 병자나 노인에게도 조합비를 강요하는 등 일제의 억압에 해녀들이 투쟁을 하고, 승리해내기까지 한다. 이때 쎈언니들 진짜 멋있었어. 여성들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이 주인공들이 4.3에서도 아주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해녀들이 4.3에서 행동했다는 구체적인 기록이나 사례는 없으나 작가가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한다.

     

    제주가 일제 시대때부터 이렇게 압제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었다면, 그리고 거기에 해녀들이 큰 역할을 했다면 민족 문제나 부정 선거에 대해서도 그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으리라. 남한에서 유일하게 5.10 선거를 무효화한 게 제주도란 것도 처음 알았다. 제주도가 이런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구나.

     

    이렇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부분도 좋다. 역사를 읽어나갈 때 그 안에 사람이 담겨있음을 항상 생각해야 하는데, 그냥 역사책을 읽을 땐 자꾸 잊고 말거든.

     

    친일파의 비열함을 보여주는 부분도 생생하다.

     

     

    어린이, 노인, 여성이 희생자의 37%나 되며, 전체 희생자의 80% 이상이 죽어버렸다는 끔찍한 사건. 잊지 말아야 하는데 살다보면 잊고 있는 역사의 한 순간들을 만화로 보면서 정신차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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