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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선, 합격, 계급/장강명
    책읽기, 기록 2020. 11. 23. 05:30

    기자 출신으로 소설가인 저자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책. 꼼꼼히 취재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들어주면서도, 문학 공모전 수상자이자 심사위원으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낸다. 400쪽 넘는 논픽션인데 끝까지 질문하고, 검증하고, 또다른 질문을 해 나가는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감탄.

    내부자로서 서술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술자리에서 얼굴 도장 찍는 문단 권력'이 존재하는지 취재하러 2차 3차를 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라는 부제에서 보듯 상당 부분은 이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파격적인 신인을 알아보기 어려운 시스템이고, 어떤 취향을 가진 심사위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꽤 괜찮은 작품이 본심에 오르지조차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상 심사가 절차적으로는 공정하고, 신인 선발 제도의 하나로서 없어져선 안될 제도라는 주장도 꽤 설득력 있게 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투고가 이상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다만 등단 제도가 간판으로서 권력을 갖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확실히 전하고 있다.

     

    내가 작가보단 독자의 입장이어서일까. 이런 간판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독서 공동체'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부분을 가장 열심히 읽게 됐다. 오유 작가 김동식과 수림문학상 이진 작품을 둘다 읽고, 호시 신이치와 김동식을 비교하기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독서공동체.

     

    빨리 이 책을 다 읽고 나도 감상을 남겨서 그런 독서 공동체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직 자격미달이다. 내가 읽는 책 자체가 이미 이미 많이 팔린 책... 이미 입소문 많이 타거나 추천받은 책... 다들 핫하다는 유명 작가.. 딱히 취향도 분명하지 않고 그냥 '간판' 좋은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책에 대해 깊이있는 문제를 제기하기는 커녕 요약하고 내 생각 한두 줄 덧붙이기도 허덕허덕. 혹시라도 작가가 찾아볼까 싶어 별로인데 솔직하게 못 쓴 책들도 머리를 스쳐간다. 그런 내공은 언젠가 좀더 깊어질 것 같고, 내돈 주고 책을 사는 독서 인구로서라도 독서공동체에 기여하는 데에 의미를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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