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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기록] 프랑스 3일차
    일상/여행지도 2012. 8. 7. 16:19

    * 생 샤펠 성당-콩시에르주리-노틀담 성당 종탑-베르띠옹 아이스크림(생 루이 섬)-몽쥬약국-루브르 박물관-유람선 탑승


    생 샤펠 성당

      “아침 일찍 가 보면 좋은 곳이 어디일까요?” 라는 질문에, 어제 몽생 미쉘 투어를 해주었던 가이드가 추천한 곳이 생 샤펠 성당이었다. 콩시에르주리는 줄이 짧으니까 아무 때나 가도 되고, 생 샤펠을 첫 번째로 가보라고 했었다.

      짐 검사하느라 줄이 약간 길었다. 오른쪽에만 줄이 길어서 왼쪽 줄이 콩시에르주리 가는 줄인줄 알았는데 거기도 생 샤펠 가는 줄이다. 왜 왼쪽 줄에는 사람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안을 들어가보니, 아침 일찍 가서 볼만한 정도, 그 훨씬 이상이다. 쭉 뻗은 고딕 양식이 일단 사람을 압도하고, 노틀담과는 비교도 안되는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보면서 정말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한번 보고 자꾸 보고 여기 푹 빠져있고 싶은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무식한 게 조금 원망스러웠다.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이나 각종 장식들의 의미를 알면 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이번 여행은 자꾸 여행의 목적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유럽이라 이런 갈등이 더 심한 것 같다. 


     첫째, 성당을 하나 돌아볼 때에도 스테인드 글라스 하나하나, 지붕 장식, 조각 등이 담고 있는 의미를 따져가면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미나 예술사적 감상이 아니지만 그냥 내 미적 감각대로 느끼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둘째, 파리에서 최대한 많은 곳을 다녀보고 싶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수많은 역사적 스팟들을 다 다녀보고 싶지만 체력과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여행은 과제를 수행하듯, 가야하는 곳을 클리어하는 게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되는 만큼만 보고 이 도시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녀보고 느끼면 되는 것일까? 그게 혹시 뭔가 부족한 건 아닐까.


    콩시에르주리



    그 다음에 생샤펠 바로 옆에 있는 왼쪽, 오른쪽 건물을 들어가 보았다. 멋있게 생겼길래 콩시에르주리가 저건가? 하고 들어갔는데 둘다 보통 행정 건물 같았다. 지금 생각해도 모든 유럽이 다 그런 건 아닌데, 파리는 그냥 민원처리하는 건물들도 다 멋있게 생겼다. 어쨌든 여러 모로 감성을 자극하는 도시다.


    콩시에르주리는, 프랑스 혁명에 로망을 가진 수정양은 나름 감성에 충만해진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여기가 마리 앙뚜와네트와 로베스 피에르 등이 있었던 방이군.’ 정도였다. 좀더 나가면, ‘서대문 형무소는 엄청 분위기가 우울하고 음습한데, 여기는 그렇지는 않네?’ 정도. 


    노틀담 성당 종탑




     오늘은 종탑에 올라갔다. 뮤지엄패스라고 빨리 올려보내주는 게 없어서 줄을 섰는데 40분쯤 기다렸다. 10분에 20명 정도씩 보내주니 줄이 생각만큼 빨리 줄어들지는 않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점심은 크레페로 떼웠다. 크레페를 사먹으러 갔는데, 영어 메뉴가 없다. 으악 영어로 뭔지 말해달라고 하니 눈썹이 짙은 아저씨가 귀찮은 티를 숨기지 않고 한숨을 훅, 내쉬더니 밖으로 나와서 가리키면서 하나하나 말해주었다. 나는 설탕이 든 크레페를 먹었는데 이건 그냥 밀가루 반죽에 설탕 뿌린 걸 무슨 맛으로 먹나(수정양의 초코 크레페는 그냥 밀가루 반죽에 초코 시럽 뿌린 것이다)... 그냥 살려고 먹었다. 절대 유럽 전역에서 앞으로 크레페는 안 사먹겠다고 다짐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빗면의 원리를 이용한 계단을 따라 3층까지 올라갔다. 길이는 늘어나지만 힘은 덜 드는 방법이라는데, 빙글빙글 올라가는 게 좀 재밌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고 정신없이 올라갔다. 그리고 안쪽으로, 콰지모토가 울렸던 노틀담의 종도 올라갔다. 아 역시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이 많아 순서를 기다려 사진찍기도 쉽지 않지만, 몸이 불편한 콰지모토는 더 힘들었을 거라 위안하면서 종을 만지면서 찰칵.


    그러고 나서 또 한~참 기다렸다가 4층도 올라갔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파리는 정말 장관이다. 그 기다림이 전혀 후회스럽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탁 트이고 곳곳에 튀어나온 멋진 건물들과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나는 왠지 옆에 있는 가고일이 자꾸 마음에 들어서 가고일과 파리가 내려다보이는 사진을 많이 찍었다. 


















    베르띠옹 아이스크림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마음과는 달리 맛집도 못 찾아다닌 우리. 생 루이 섬에 있는 베르티옹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스크림집이라고 해서 원조를 찾아갔다. 섬 입구부터, 곳곳에서 베르티옹 아슈를 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조가 맛있대~ 딴 데는 그냥 하겐다즈 아무데서나 파는 거랑 똑같대~ 하면서 찾.아.갔.으.나. 두둥! 문이 닫혀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옆 가게에 가서 먹었는데, 뭔가 미국 단것들처럼 엄청 달지는 않지만 맛났다:) 사실 엄청 맛있다기보다는, 파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고 다닌다는 그 사실 자체가 주는 기쁨이랄까.


    몽쥬 약국 쇼핑

      파리에서 단 하나, 나의 마음에 해결해야할 미션처럼 남은 그것은 바로 라로슈포제 쇼핑. 매장이 커서 그런지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고 안심했지만 계산 줄은 정말 길었다.  한국에서 비싼 돈 주고 사는 요것들이 만원대 에센스와 크림이라는 감동. 원래 라로슈포제  사용자라서 간 것이어서, 다른 건 사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싸게 사는 것보다 더 싼 미샤와 이니스프리를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저렴쟁이=_=


    루브르 박물관



      야간 투어를 이용했다. 야간에 가니 이런 성수기에도 사람이 적어서 좋았다. 지하 쪽으로 들어가서 입장하니 줄도 짧았다. 원래 궁이라고 하는데, 정말 여기에 있는 미술작품들도 아름답지만 이 궁 자체도 참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더 예술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사실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마음에 걸렸던 것은, 결국 내가 약탈과 착취의 역사를 보러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루브르가 특히 그랬다. 근대 이후 여기저기서 약탈해온 예술품의 집합소라는. 한편으로는 이쯤 되면 약탈도 예술이다 싶을 정도다. 벽화를 떼어오는 그 정성하며..

      그런 불편감을 잠시 치워두고 나면 정말 서양 예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명작들이 가득 차 있다. 나는 프랑스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수한 문화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예술을 중시하고, 예술적인 것을 모으는 안목과 예술을 사랑하는 정신만은 참 큰 것 같다. 문화에 대한 관점 자체가 우리와 아예 뼛속부터 다른 것 같기도 했다. 그조차도 강대국이 가진 특권일 수 있지만. 어쨌든 루브르를 돌아다니며 여러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은 너무너무 행복한 일이었다. 나는 미술이고 뭐고 뭣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사람은 멋진 작품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타고난 감정이 있는가보다. 아니면 워낙 좋은 작품들이라서 그렇든지.


      그리고 투어를 같이 받은 남자분이 “루브르는 모나리자만 보고 가면 되는 거 아니가?” 라고 했는데 모나리자에 대해서 좀더 생각하자면, 정말 입체성이 돋보이는 그림이다. 어느 면에서 봐도 사람 같고, 움직이는 것 같은 신비로움. 이 작은 그림이 왜 대단한 건지 실물을 보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첨부사진은 뜬금없는 함무라비 법전. 네가 팔을 잘랐으면 너도 팔을 잘라라! 하는 이 법전의 의미가 흥미로워서 꼭 사진을 찍고 싶었다.)


    유람선 탑승


      세느 강에서 바토 무슈를 탔다. 9호선 알마 마르세유 역에서 내리니 금방 갈 수 있었다. 루브르 야간 투어를 끝내고 아슬아슬하게 10시 배를 놓쳐서, 마지막 배인 10시 반 배를 탔는데 더 밤이 깊어서 야경이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여기에선 불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한국어로도 안내 방송이 나와서 좋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에펠탑과 오르세...정도 쯤을 보고 나서 너무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아서 너무 아쉽다. 아마 나의 잠재의식만이 기억하고 있겠지. 최면을 걸면 다 기억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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