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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기록] 프랑스 2일차.
    일상/여행지도 2012. 8. 7. 11:08

    키리야드 베르시 호텔에서 묵은 사람들이 조식이 별로였다는 말을 좀 했는데, 메뉴 다양하고 괜찮았다. 나중에 묵은 다른 호텔과 비교해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조식을 먹고 대충 옷 챙겨입고 나온 어리버리한 파리의 두 여자. 8시쯤 나왔더니 정말 한적해서 좋았다. 어차피 지금 문 연 곳은 없으니 시청사를 가보자! 했는데 참 많이 헤맸다. 신기한 건 어느 길을 가도 지린내가 난다는 것. 


    노틀담 성당 안

      겨우 시청 앞에서 사진을 찍고 역시 길을 헤매면서 여기가 시테 섬인가? 저기가 시테 섬인가? 하다가 멋진 건물이 보이길래 다가가 봤더니 노틀담이었다. 안에 들어가 보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봐서 좀 답답하긴 했다. 꼭대기로 올라가는 줄이 너무 길게 서 있었는데 알고 보니 10시부터 입장 시작이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다음 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퐁피두 센터+스트라빈스키 광장+포룸데알

      그러고는 여전히 지도에 익숙하지 않아서 관광 지도와 구글맵에 의존해서 퐁피두 센터를 찾아갔다. 막상 휴일이라 보지도 못했지만. 스트라빈스키 광장 분수에서 찰칵! 왜 남의 나라에 오면 저런 것도 안 조잡해 보이는지..


      가이드북을 보니 포룸 데 알 지하 3층에 무료화장실이 있대서 들어갔는데, 막상 가 보니 유료였다. 여기는 그냥 쇼핑몰. 나는 대한민국 여자라 쇼핑몰을 보고는 딱히, 별 느낌이 안 들었다. 싱가폴처럼 무시무시한 쇼핑몰도 아니고 그냥 우리나라랑 비슷했다.


    팔레 루아얄 광장



     막상 나를 감동시킨 것은, 몽생 미쉘 가이드를 만나기로 해서 찾아간 팔레 후와얄 광장이었다. 파리는 참 여백이 많은 도시다. 녹지도 많고 도심 한복판에, 담양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보다도 울창한 나무들이 깔린 광장이 있다. 그런데 나는 원래 아무데나 철푸덕 철푸덕 잘 앉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지린내 나고 더러워서 바닥엔 참 앉고 싶지 않다. 쉬어가기 좋은 곳이 참 많은데. 


    에트르타와 몽생 미쉘



      몽생 미쉘 투어를 신청했는데, 세트로 에트르타도 간다고 한다. 날씨가 좋을 때만 가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에 파리 간 사람들은 바바리 코트도 입고 다닐 정도로 추웠다고 하는데 우리는 쨍쨍한 여름 날씨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덥지도 않고, 건조한 편이라 숨막히는 더위는 아니었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PAUL 샌드위치를 먹었다. 노르망디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까망베르 치즈 샌드위치!! 나는 사실 평소에 빵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어서 유럽에서 빵만 먹고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엄마가 ‘거기 가면 빵이 맛있어, 여기랑 달라’라고 계속 말씀해주셨더랬다. 그래서 예상은 했지만 바게트빵의 감촉과 치즈가 너무너무 좋았다. 요기서 맛있는 빵 많이 먹고, 또 한국 가면 빵 안 먹어야지^ㅡㅡㅡㅡㅡㅡ^

      몇 시간 더 차를 타고 가서 노르망디 지역 해변인 에트르타에 도착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얀 코끼리 바위와 코발트색 바다, 푸른 하늘의 조화가 그림 같은 곳. 나중에 보니까 모네 등등 에트르타를 그림으로 남긴 화가들도 정말 있었다. 햇빛 화창한 날에 풍경 좋은 곳을 걷고 있자니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가이드 투어로 빡세고 편안하게 몽생 미쉘을 다녀오게 되었다. 서울에서 울산 정도의 거리라고 하니까, 사실은 운전과 장소 설명, 사진 촬영까지 해야하는 가이드가 너무 힘들 것 같다. 


      몽생 미쉘은 성 미카엘 천사의 전설이 있는 곳. 원래는 수도원이었고, 영국에게 북쪽이 다 함락되었을 때도 남아있던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도 섞여있는 수도원이다. 여기도 그렇고 에트르타도 그렇고 말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냥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단순히 산 위의 건축이 아니라, 바위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위에 쌓아올린 부분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어두워질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이 거대한 수도원을 보면서, 나는 이 사람들에게 대체 종교란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이렇게 굉장한 공을 들여 수도원을 지었던 옛날 사람들에게 말이다. 말로 표현하면 뻔하지만, 종교는 정치였고, 경제였고, 정말 문화 전체였구나, 정말이지 그때 그 사람들의 전부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3시쯤이었다. 시차 때문인지 아니면 차 안이어서 그랬는지 잠을 잘 자지 못했다. 한 시간 정도. 어쩌면 갑자기 너무 새로운 것들을 보아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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