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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기록] 프랑스 5일
    일상/여행지도 2012. 8. 7. 18:35

    *오르세 미술관-생 제르맹 지구-생 제르맹 교회-뤽상부르 궁전-팡테온-오데온 극장-개선문-샹젤리제 거리



    버스를 타다


      파리에 있는 동안 RAFP 어플을 너무 잘 활용했다. 사진처럼, 목적지와 출발지를 입력하면, 거기로 가는 버스와 지하철을 잘 안내해준다. (프랑스어로만 나오지만 대충 때려맞춰서 누구나 잘 다닐 수 있다.) 그동안 지하철만 이용했는데, 이번엔 RAFP에서 버스를 인도해줘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사실 버스에선 안내방송도 없다고 해서 좀 겁을 냈었는데, 버스 타는 건 정말 어렵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 우리나라처럼 버스 노선도와 방향, 언제 도착하는지가 잘 나와있었다. 그리고 막상 버스를 타보니 안내 방송과 정류장 안내 전광판도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 풍경을 보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정말 엄청난 강점인데, 진작 왜 버스로 안 움직였나 싶었다.


    오르세 미술관

    투어를 할 걸 그랬는지, 루브르보다는 낫지만 너무 방대한 양에 눌려, 어떻게 돌아다녀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처음에는 그래서 수정양과 떨어져 다니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사실 미술에 대해서 아는 건 중고등학교 미술 이론 시간에 배운 게 전부인 나는 오르세에서 그냥 내가 아는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3시간 정도만 투자하고 나서 파리의 다른 모습들을 좀더 보고 싶어했다. 인상파나 후기 인상파에 아는 작가들이 많으니까 그쪽부터 보고 시간이 남으면 1층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반면, 미술을 잘 아는 수정양은 다른 작품들도 조금 더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따로 다니다가 나중에 마주쳤을 때 아무래도 혼자 다니는 게 조금 두려웠는지 수정양이 그냥 같이 얼른얼른 다니기로 했다. 그래도 결국 우리는 쿠르베와 모네, 밀레 등이 있는 0층, 인상파 그림이 있는 5층, 고흐, 고갱 등 한국 사람이 가장 잘 아는 그림이 있는 2층만 돌고 왔다. 



    루브르도 그렇고, 오르세도 그렇고, 이런 곳에서 하루 이틀쯤 날을 잡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았다. 언젠가 오디오 가이드 들고 그냥 이 넓은 곳을 헤매면서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 


    그리고 여기에서 미술에 대한 부담을 조금 버릴 수 있었다. 사실 다른 분야에 비해 미술은 접근하기가 좀 어려웠다. 책은 그냥 읽고 해석하면 되는데, 미술은 뭔가 조금 더 주변 지식을 많이 알아야만 할 것 같고, 내 스스로 느끼고 해석하기보다는 권위자의 힘을 빌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감상을 막는다. 사실 아직도 좀 그렇지만, 파리에서 미술관을 하도 돌아다니다보니, 나도 예술작품들을 보면서 아무 배경지식이 없이도 감동받을 수 있구나, 문학에서도 상호주의적 감상을 중시하듯 나도 그냥 그림을 보고 내 느낌을 가져도 되는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 하나의 수확이다. 


    내가 이런데, 하물며 파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의 교양 수준은 어떤 것일까! 방학 때 시간이 나면 루브르를 다녀올 수 있는 중고생 시절을 보낸 사람은 나와 참 다를 것 같다.



    (그리고 이 그림은 오르세에서 참 마음에 들었던, raboteurs de parquet. 구스타프 카유보트의 대패질하는 사람들이다. 빛의 대비뿐만 아니라, 이 고급스러운 아파트와, 옆에 와인병을 놓고 술마시면서 일해야 할 정도로 힘들게 일하는 일꾼들의 삶의 대비도 표현된 게 멋지다고 생각했다.)



    생 제르맹 지구 

    식사를 하러 다시 버스를 타고 생제르맹 지구로 이동했다. 역시 RAFP 어플의 도움으로 버스 번호와 버스 정류장 위치를 찾았는데, 버스 방향을 잘못 잡고 탔다. 버스 안내 방송이 나와서 그것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슝슝~ 

      생 제르맹 지구는 번화가의 느낌인데 그 번화가조차 건물들이 다 곡선이다. 전통 유럽 건물 마냥 조각도 되어있고. 우리나라 신촌 명동과 참 대조적이다.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 사진은 생제르맹 교회 앞 광장에 있는 분수)


      식사를 위해 가이드북에서 보고 세라팡을 찾아갔는데, 막상 찾아가보니 그냥 가정식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격도 책에 나온 것처럼 싸지 않았다. 전채+본요리만 해서 20유로가 넘었다. 그래서 결국 여기의 수많은 다른 레스토랑을 가기로 결정. 세라팡에서 대각선으로 있는 La grille 뭐시기 레스토랑에 갔는데, 메뉴판에 에스까르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으로 들어갔다. 

      메뉴를 시키는데, 어제 간 곳은 영어 메뉴판이 있었지만 여기는 없어서 대충 알파벳을 읽다보니 푸아그라도 있길래 전채로 에스까르고와 푸아그라를 시키고, 본식 2개를 시키기로 했으나 두둥~ 알아볼 수 있는 메뉴가 펜네 파스타와 티본 스테이크 뿐이어서 그 두 가지를 시켰다. 물론 웨이터에게 물어보면 설명해 주겠지만, 우리는 귀찮았을 뿐이다. 영어를 못해서는 아니다. 아니다.



    달팽이는 징그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냥 소라 같은 느낌이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이 꼬물꼬물대는 끈적한 달팽이라는 생각은 그 당시에는 다행히 들지 않아서 맛나게 먹었다. 고소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벌레를 먹었구나! 하지만 원효대사가 그런 것처럼 모든 건 생각에 달려있는지라 그땐 그냥 맛있었다. 그리고 잘 먹은 주제에 눈에 보이는 물컹물컹한 달팽이였다고 생각하며 징그러워하다니. (사실 징그럽다)


    푸아그라는 반면에... ‘그래 우리 순대 먹을 때 돼지 간도 냄새나잖아? 안나나?’하는 기분으로 약간 힘들게 먹었다. 빵에 발라먹고 양념을 마구마구 얹어도 좀 비린 느낌이어서 잘 먹지 못했다. 나는 1/4정도만 먹었고 맛을 본 데에 의의를 두었다. 돼지국밥도 잘 하는 집에서 먹으면 냄새가 덜 난다. 이 레스토랑이 그저 그래서 푸아그라가 비렸던 건지, 원래 좀 그런 음식인지는 모르겠다. (사진에 있는 게 바로 그 문제의 푸아그라)


    그리고 본식도 무난하게 했다. 프랑스는 밥 한번 먹는데 2시간쯤은 잡아야하는데, 먹는 시간이 길다기보다는 요리가 엄~청 늦게 나와서 식사 시간이 길어진다. 좋게 말하면 정말 여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뤽상부르 궁전

    딱히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생 제르맹을 걷다보니 보여서 들어가게 되었다. 튈르리가 좀더 탁 트인 해변 같은 느낌이라면, 뤽상부르도 넓지만 좀더 아기자기한 정원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행정을 목적으로 아직도 쓰고 있는 건물인지, 관광객들이 건물 안에 입장하지는 못했다. 여기에서 팡테온을 멀리서 보았다. 이제 우린 피곤해서 그냥 멀리서 본 걸로 가본 셈 치기로 했다. 점점 ‘날로 먹는’ 여행을 지향하고 있었다. 또 하나 날로 먹은 것은 오데온 극장. 여기도 오데온 거리를 지나가다가 보고, 여기도 들른 걸로 치기로 했다. 사람들이 파리 일정을 짠 것을 보면 참 무리한 일정인데, 이런 식으로 한 것이라는 걸 이날에서야 깨달았다.


    피에르 에르메 

    이스파한이라는 과자가 맛있다고 해서 들렀다. 마카롱 2개와 카라멜 이스파한을 샀다. 수정양은 좋다고 난리였지만, 나는 카라멜같은 질감을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였다. 농담으로, ‘싫어하는 사람 줘야지~’할 정도로만 별로였다. 마카롱은 라뒤레가 더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둘다 그다지 차이 없이 좋았다. 로제 마카롱은 정말정말 예술이었다. 한국에서는 마카롱은 예쁘게 생긴 데 비해 맛이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잘 먹고 한국 가서 안 먹겠다고 또 다짐했다. 


    헤어 에센스 구입

    프랑스에 온지 며칠 만에 머리카락이 수세미가 되었다. 피부가 나빠진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나는 워낙 지성피부인지라, 건조한 파리에서 피지 분비가 덜 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여기 와서 얼굴은 나아진 것 같았다. 결국 현지에서 헤어팩을 사서 맘껏 퍼 쓰자는 생각에, 약국에서 안되는 영어를 섞어가며 헤어 에센스를 샀다. 린스? 이렇게 물어보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헹굴거니? 안 헹굴거니?’ 를 물어봤던 것 같다. 그때는 계속 우리나라의 린스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린스가 아니라 뭐시기..... 라고 해서 서로 헷갈려 했었다. 

      그리고 수정이 붙일 파스도 샀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patch for painkilling이라고 했는데 프랑스에서는 그걸 잘 안 쓰는지, 알아듣기 어려워했다. 그리고 어떤 가게에서는 15유로를 부르고 어디서는 8유로고.. 얘네도 약국에서는 부르는 게 값인가보다.


    개선문 


    고정관념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사람들은 사진만 찰칵찰칵 찍는 여행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결국 우리도 지쳐서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 한국인스러운 여행을 하는 중에, 개선문을 앞에서 보니 또 감탄해버렸다. 하긴 내가 이날 개선문 앞에서 한 감탄보다, 진짜 개선장군을 보면서 당시 사람들이 느낀 감정의 크기가 백만 배 컸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개선문을 앞에 두고 내가 그 시대 사람들과 뭔가를 공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글로 쓰니까 뻔해서 참 마음에 안 드는데, 그때는 정말 설레면서 새삼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있었다.


    샹젤리제 거리

    쇼핑할 건 없지만, 왠지 안 가보면 아쉬울 것 같은 샹젤리제 거리. 뭔가 파리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서 꼭 걸어보고 싶었다. 샹젤리제 노래 중에 “끝없는 가로수~가로등~그림자~”란 가사가 있는데(원어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멋진 가로수가 끝없이 펼쳐진 큰 거리였다. 그냥 한번 죽- 구경했는데 스와로브스키가 진짜 쌌다. 하지만 좋은 물건은 없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다행히 지름신이 내리지 않았다. 그 유명한 루이비통 매장도 지나가다가 봤는데 오후 늦게 가서 그런지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줄이 길지는 않았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라뒤레! 결국 소문으로만 듣던 마카롱을 먹어보게 되는구나. 루이비통 매장보다 라뒤레를 발견한 게 더 우리를 설레게 하다니 배가 고팠나보다. 나는 피스타치오맛, 수정은 바닐라맛을 골랐는데 둘다 맛있는 마카롱이었다. 여러 모로 칼로리가 폭발하는 행복한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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