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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록] 프랑스 4일차일상/여행지도 2012. 8. 7. 17:02
* 튈르리 정원-오랑주리 미술관-로댕 미술관-베르사유 궁전-베르시 빌라쥬 돌아봄
튈르리 정원
역시 파리의 놀라운 점은 도심 속에 이런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너무 여유롭고 갑자기 바캉스를 온 기분. 내가 현지인들은 잘 모르지만, 이런 도시에 산다면 사람 자체가 좀 넉넉해지지 않을까? 서울이라면 이런 공간이 남아있는 꼴을 못 보고 개발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수련정을 보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련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큰 캔버스로 가득찬 벽에 펼쳐지는 수련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림 속의 정원을 거니는 것만 같은 행복감이 차오른다. 나는 유화의 기법이 뭐고 미술사적으로 모네가 어떻고 그런 건 잘 모르지만 그런 부담을 이제 내려놓고 그냥 아름다움을 즐기기로 했다. 수련정을 두 바퀴쯤 돌다 보니 모네에게 살짝 미안해지기도 했다. 이 큰 그림을 그리느라 상상할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텐데 나는 그냥 훅 둘러보고 기분 좋아하는 게..
한편으로는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이렇게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예술가란 사람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무엇으로 남길 수 있을까.
로댕 미술관
유명한 작품들은 거의 밖에 있고, 안은 더워서 주로 정원을 둘러보았다.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등.. 조각 <칼레의 시민>을 원래 좋아하는데 실제로 보는 감동이 또 컸다.
베르사유 궁전
오늘은 1-4존까지 모빌리스를 끊은 터라 편안하게 여기저기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RER C선을 타고 붕붕 베르사유 역까지 가기로 했다. 기차 안에서는 아주 잘생긴 총각.... 이 아니라 1945년에 태어났다는 멕시코 할아버지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베르사유까지 갔다. 멕시코 악센트가 독특했다. 그러고 보면 ‘영어’도 참 사람마다 나라마다 같은 영어가 아니다. 유럽이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서 오히려 또박또박 발음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어떤 분이, 영어를 하는 애들은 오히려 대충 말해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하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이 정말 있다. 그리고 동양인은 더 젊게 본다는 소문도 실제로 확인. 우리가 몇 살인지 맞춰보시라고 했더니 일단 18살로 시작한다. 미국식 나이로 25세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셨다.
점심으로, 혹시 외국의 맥도널드는 다를까? 하는 생각에 찾아간 맥도널드. 그러나 똑같았다. 감자튀김 사면 케첩을 따로 사야한다는데 우리는 음료랑 빅맥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어서 잘 모르겠다.
우리는 일단 4시 반쯤 궁전에 입장하는 것을 목표로, 정원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정원 입구에서부터 그랑 트리아농, 쁘띠 트리아농, 왕비의 촌락에 이르기까지 너무 광활한 정원인데 원래는 그뿐 아니라 그 숲 전체가 다 정원이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정말 놀랐다.
너무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왕족의 공간. 왕으로, 귀족으로 사는 것이 숨이 막혀서 이렇게 큰 정원을 만든 거라고 조금은 안쓰럽게 여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커다란 궁전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을까.
마리 앙뚜와네트가 만든 ‘왕비의 촌락’도 참 이율배반적이다. 너무나 편안한 공간이다. 하지만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 같은 느낌이랄까, 그녀가 여유를 갖고 싶어서 농촌 마을을 만들었다는 걸 농민들이 알면 얼마나 그들은 속터졌을까. 그런데 또 한편, 더 약오르게도, 나조차도 살고 싶은 정갈한 시골집 같은 느낌이다. 나는 사실 궁전보다 여기가 더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궁을 볼 시간이 모자라서 오래 즐기지 못한 게 아쉽다.
사실 우리의 베르사유 방문은 나중에 돌아보아도 “이게 뭐야!!!!”하고 허탈하게 웃을 정도로 ‘병맛 베르사유 도보’였다. 발단은 우리가 쁘띠트레인을 입구에서부터 타야한다는 것을 몰랐던 데에서 시작되었다. 대운하 지나서 중간에 타려고 하니까, 입구에서 표를 샀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입구로 돌어가는 건 무리인 듯하고, 그랑 뜨리아농 쪽까지 걸어가기도 힘들어보이는 상황. 어쨌든 그냥 계속 걸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베르사이유의 시녀 체험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한~참 걸어서 폭풍 같은 속도로 정원을 보고, 쁘띠트레인을 못 탄 대신 한없이 걷고 걸어 궁 구석에 있는 넵튠 샘과 용의 철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결국은 궁전 바깥의 마을로 나왔다. 아마 이렇게 시간적/체력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베르사유를 여행한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덕분에 베르사유 주변 골목들도 걸어볼 수 있었다. 결국 궁전에 들어가서, 뒤쪽의 4개 방을 빼고는 다 보았다.
베르시 빌라쥬
cour saint emillion 역에서 내리면 정면에 보이는 곳. 왜 진작 이곳을 안 들러보았을까? 레스토랑이 죽~늘어서 있고 밤늦게까지 식사도 가능하다. 정말이지 이 조용한 베르시 마을 어디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나왔나, 싶을 정도로 레스토랑의 바깥쪽 테이블들이 다 가득가득 차있다. 세포라 매장, 올리브유 전문 가게나 와인샵도 있다. 귀여운 잡동사니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문을 일찍 닫아서 가보진 못했고, 길 끝에는 영화관이 있었다. 수정양은 정자역 죽전역 카페거리 느낌이라고 하는데, 난 그쪽은 안 가봐서.. 1/10 강남 미니어처 정도의 느낌이었다. 베르시 근처에 숙소가 있으면 한번 들러볼 만한 것 같다. 레스토랑은 적당히 싸 보이고 영어 메뉴가 있을 것 같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럭저럭 평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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