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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록] 프랑스→스위스 1일일상/여행지도 2012. 8. 7. 19:37
리옹역에서 기차로 인터라켄 이동-유람선-치즈 퐁듀 먹음-동네 산책
떼제베 체험
리옹역 역시 표지판이 잘 되어있었다. 여기에서 유레일 패스 개시! 직원이랑 소통이 잘 안 되었다. 역무원은 우리가 왜 언제 어디로 가는 표를 끊겠다고 말을 안 하는지 답답해하다가 결국, ‘아~그냥 스탬프만 찍어달란 거였니?’ 하고 웃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기차예약. 우리가 가는 나라 중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고 해서 6월말쯤 예약을 다 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차편은 레일유럽에서, 스위스에서 밀라노로 가는 차편은 인터파크에서 예약했었다. 이상하게 스피츠에서 밀라노 가는 차가 레일유럽에서는 검색이 안 되는데 인터파크에서는 검색이 되더라.
그리고 이탈리아 내에서는 모두 트렌이탈리아 사이트에서 예약했었다. 유랑에 어떤 분이 글을 올려준 대로 그대로 따라했는데, 인터넷이 느려서 그런 것 빼고는 다 무난히 예약이 되었다. 가끔 보면 어떤 사람들이 트렌이탈리아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는데, 시간을 정하고 인터넷 느린 걸 기다리는 건 힘들었지만 딱히 에러가 나거나 하진 않았다. 막상 이탈리아 내에서 이동할 때 보니까 예약을 그 자리에서 바로 하고 기차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또 막상 빈 자리는 별로 없다. 성수기니까 그날 바로 하는 건 아무래도 조금 위험할 것 같기는 하다.
정말 황당했던 건, 파리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차편이었다. 아니 난 이미 패스가 있는데도 예약비가 60유로나 되다니.. 차라리 표를 사고 말지.. 그래서 우리는 결국 가장 싼 값에 예약. 리옹역에서 뮬하우스라는 프랑스 국경도시에 내려서, 거기서 떼제베 아닌 지역열차를 타고 스위스 바젤까지 가고, 그 다음에 바젤에서 인터라켄 가는 스위스 열차를 타기로 했다.
떠나기 전에 브리오쉬 도레(brioche doree)에서 샌드위치를 샀다. PAUL처럼 유명한 체인점인듯 싶었다. 기차 안에서 점심으로 냠냠. 내가 빵을 먹고 맛있다고 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정말정말 맛있었다. 바게트가 이렇게 질감 있으면서도 부드러울 수 있다니.
그리고 KTX의 엄마인 떼제베는 일등석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넓고 좋았다. 우리 바로 건너편에는 한국인 가족이 바젤까지 바로 가는 코스로 가고 있었다. 아마 그 비싼 예약비를 다 냈겠지? 그래서인지 식사도 준다. 저렇게 가는 게 더 편했겠지만, 가난한 척하고(실제로 무시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이었지만, 여행을 하다보니 물가 감각이 무뎌졌다) 뮬하우스에서 지역열차를 체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인이 바글바글하지 않은 곳에서 이 나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뮬하우스 역↑ 조고맣다)
바젤에서 시간표를 보니, 딱 인터라켄 가는 차가 있다. 미친 듯이 캐리어를 끌고 달려서 스트라이크! 국경도시라 그런지 기차로 인터라켄까지 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경치가 너무 아름답긴 하지만 "우와~ 멋있다~"하다가도 조금 지루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 역을 지나며.. 확실히 프랑스보다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 자연 풍광 속에 프랑스 같은 건물들이 들어섰다면 덜 아름다웠을 것 같다. 어떻게 사람들은 자연에 딱 어울리는 이런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일까.
참, 그리고 스위스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막~ 내렸다.
날씨가 안 좋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어떻게 이러나, 속이 좀 상했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비가 오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데 융프라우를 올라갈까? 아니면 그냥 루체른 같은 주변 도시를 갈까? 백만번쯤 고민하다가 비가 안 오고 그냥 흐리다면 라우터브룬넨이나 주변 도시에도 들릴 겸 올라가 보고, 비가 오면 내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수정양은 '그래도 알프스에 올라가야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유람선을 타고 인터라켄으로
사진 속 마을이 바로 예쁜 Spiez. 드디어 스피츠에 내렸다. 인터라켄이 그냥 호텔 가득한 관광을 위한 곳이라면, 스피츠는 정말 그냥 마을이다. 그래도 호텔이 엄청 많긴 하지만 사람 사는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툰에서도 유람선을 탈 수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아서 질릴 것 같기도 하고, 스피츠가 마을이 예쁜 걸 구경하면서 내려와서 유람선을 타라는 말도 들었기 때문에 여기서 내렸다. 역시나 동화책 일러스트같은 마을이었다. 그렇게 구경하면서 15분 정도 걸어 내려왔다. 스위스는 공용어로 영어를 쓸 줄 알았는데, 표지판도 결국은 다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그림을 보고 내려왔다.
유람선을 타고 본 풍경은 글쎄.. 자연의 풍경을 사람의 말로 담을 수가 없다. 밖에서 사진 찍고 놀다가... 그래, 사진. 나는 원래 풍경 사진을 찍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고, 좋은 카메라를 가진 것도 아니고, 풍경을 멋지게 찍는 건 비싼 카페라를 갖고 있는 사진찍는 게 취미인 사람들이 해 주면 되는 일이고, 나는 나에게 의미있는, 내가 들어간 사진을 찍는 게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많아서 사진을 많이많이 찍고 싶었다. 파리에서와 달리, 내가 아니라 자연이 주인공인 사진도 찍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자연을 카메라가 다 담을 수도 없고, 계속해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는데 이걸 다 찍을 수 없으니... 하고 포기하였다.
치즈 퐁듀
베비스인가, 서역 근처의 식당에서 퐁듀를 먹었다. 샐러드가 무료로 제공된다고 한국어로 대문짝만하게 씌어 있었고, 일단 퐁듀를 꼭 먹자고 생각해서 고민없이 들어갔다. 예약필수라고 가이드북에서 보았는데 우리가 일찍 도착해서인지(5시쯤?) 의외로 안팎으로 자리가 많아서 들어가 앉았다. 나중에 7시쯤 보니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보글보글 끓는 치즈에 빵을 찍어먹는데, 원래 치즈를 좋아해서 그런지 참 맛있었다. 사실 현지의 치즈는 역하거나 먹기 어려운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다행이다♡ 치즈에서 와인맛이 나는 것이, 발효가 많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동네를 산책해 보았는데 스위스는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너무 좋다. 자전거를 타고 싶었는데 수정양이 자전거를 못 타기도 하고, 시간이 늦기도 해서 그냥 넘겼다. 시간이 늦어서 쿱이고 미그로고 다 문을 닫았다. 서역 옆에 붙은 편의점에서 물과 요거트를 샀는데, 물이 따고나서 보니 탄산수였다. 왠지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기분이다. 이걸 왜 서양 사람들은 돈 주고 사먹지. 그리고 요거트를 슈퍼에서 사 먹어보라고 해서 먹었는데, 우리 집에서 직접 만들어먹는 요거트가 백만 배 맛있었다. 그래서 견디지 못하고 이 기쁜 소식을 엄마에게 카톡으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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