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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기록] 스위스 2일차
    일상/여행지도 2012. 8. 7. 20:14

    스위스 호텔의 조식. 간소하지만 여러 가지 치즈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식당에서 대략 인종을 둘러보니 한국 사람들이 월등히 많고, 다른 곳보다 인도 사람들도 좀 있었다. 중국 일본 사람들이야 뭐 등반 열차에서 많이 보았고.

     

    날이 좀 흐렸다. TV를 켜면 채널 1번에서 융프라우, 쉴트호른 정상과 그린델발트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융프라우 정상엔 아무 것도 없었고, 쉴트호른은 비가 뿌리고 있었다. 그나마 그린델발트 쪽은 차차 맑아지는 것 같았다. 너무 기대하지 말고 그냥 올라갔다 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http://swisspanorama.com/ 이라는 사이트에서도 융프라우 정상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우리가 아침에 화면을 봤을 때 이랬다.)

     

    융프라우 올라가기


    (◁ 패키지 여행에서는 할 수 없는, 융프라우 등반 열차에서 이쁜 손잡이 잡고 찰칵. 히히)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올라갈 때는 인터라켄-라우터브룬넨-클라이네샤이덱-융프라우 코스를, 내려올 때는 그린델발트를 통해 내려오는 길을 선택했다. 위로 갈수록 안개가 끼는데, 열차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난 뭘 믿고 이렇게 준비 없이 왔을까. 스타킹을 안에 신고 긴 바지를 입고, 반팔 티셔츠에 얇은 가디건을 입었는데 올라갈수록 참 추워졌다. 처음에는 어차피 춥다고 징징대도 어쩔 수 없으니까, 하고 생각하며 참았는데 나중엔 결국 춥다는 말을 뱉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차를 몇 번 갈아타고 드디어 융프라우 도착! 도착하자마자 가족들에게 보내는 엽서를 쓰고 신라면을 먹었다. 참 좋은 아이디어들이다. 알프스에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는 낭만, 그리고 산 정상에서 막걸리를 먹는 것처럼 설경을 바라보면서 호로록 신라면 국물을 마시는 기분, 누가 이런 걸 상품으로 내놓을 생각을 했을까.

    사실 눈 덮인 산을 보면서 맥주를 한 잔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좀 들었지만, 심장이 콩닥콩닥 빨리 뛰는 것이 느껴져서 참았다. 고산증처럼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그래도 심장이 빨리 뛰어서 신기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전망대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융프라우의 눈 덮인 모습을 원없이 보았다. 그리고 아침보다 점점 날씨가 맑아지는 듯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이상하게 스위스에 오니까 풍경 사진이 찍고 싶어지질 않나, 원래 쓸모없는 기념품은 짐 될 것 같아서 잘 안 사는데 스노우볼이 그렇~게 사고 싶어져서 결국 고민고민하다가 융프라우 꼭대기에서 작은 스노우볼도 샀다. 이날이 생일이었는데, 융프라우 풍경만으로도 생일 선물이지만 생일이니까 하나 질러도 된다고 합리화.

     

    원래 기차 안에서는 어떤 소매치기가 있을지 모르니까 잠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스위스는 파리나 이탈리아에 비해 좀 방심해서 그런지 꾸벅꾸벅 졸았다. 내려오는 길에는 그린델발트가 좋다고 해서 잠시 내렸다. 파리에서 첫날부터 너무 많이 걸어다녀서 그런지 좀 힘들어서 하이킹은 좀 그렇고, 동네 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라우터브룬넨이나 스피츠 등등에 비해 그닥 예쁜 동네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건 아마 하이킹 길이 잘 되어 있고, 그 길이 멋지기 때문인 듯하다. 옷도 제대로 갖춰입고 체력도 갖춰서 하이킹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사람이 많은 데에 살짝 지치기도 해서, 나중에 체르마트를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내려왔다.

     

    그리고 재미있는 일을 또 겪었다. 융프라우에서 내려오는 등반 열차 안에서, 표 검사를 하는 직원이 우리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직원이 우리 옆에 앉은 예쁜 호주 언니들에게도 어디에서 왔냐고 묻고, 할 줄 아는 아시아 말이 있느냐고 했는데 언니들은 없다고 했다. 잠시 후 우리에게 와서는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번역 좀 해달라고 했다.

     

    읭? 번역?

     

    가 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사람이 많아서 가족들을 잃어버리고, 가족들과 헤어지면 인터라켄 동역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혼자 열차를 탄 것이었다. 혼자 그러시면 안될 것 같기도 한데 더 큰 문제는 이 할아버지의 표가 아들에게 있다는 것. 근데 할아버지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시고.. 그래서 할아버지의 상황을 역무원에게 발영어로 설명해 드리고 역무원이 클라이네샤이덱에서 내려서 가족들을 찾아보자고, 안 그러면 벌금 내야 한다고 하는 말을 할아버지에게 전해드렸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이 일 때문에 번역에 동원되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

     

    그리고 오는 길에 너무너무 손이 떨릴 정도로 배고프고, 위에서 너무 추웠어서 그런지 식은땀이 났다. 그래서 슈퍼에서 요거트라도 좀 사려고 들어갔는데, 내가 실수로 요거트를 떨어뜨려서 깨뜨려버렸다. 흑... 나 이거 사야하는 건가, 하면서 직원에게 찾아서 말을 했는데 깜짝! 직원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괜찮아요~” 하고 말하고는 바로 슥슥 닦아버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호텔을 찾으면서 헤맬 때도 갑자기 옆의 바 직원이 나와서 찾아주었는데,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보니, 정말 친절함이 문화에 배어있는 것 같다. 영어 발음도 가장 알아듣기 쉽고, 전체적인 서비스도 가장 친절했던 곳이다.

     

    다음날이면 인터라켄을 뜨는 것이 좀 아쉬워서 동네 산책. 호수 주변을 죽~ 돌고 싶었는데 중심가 말고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금방 왔다.

    그리고는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했다. 우리끼리 열심히 고민하다가, 그냥 호텔 카운터에 추천해 달랬더니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업체를 말해주고, 예약까지 한큐에 해 주었다. 역시 친절한 나라에서는 호텔 프론트를 잘 써먹어야 하는 것이로구나, 하고 올라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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