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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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로 하는 첫만남-코로나 사태를 맞아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20. 3. 7. 05:03
교직 생활을 하면서 토요일에 학교 가던 시절도, 체벌이 있던 시절도, 자연 재해로 휴교하는 사태도 겪어봤지만, 개강이 3주나 미뤄지는 것도, 그 때문에 여름방학이 1주일밖에 없게 된 것도, 모두 처음이다. 출근을 자주 안 하니 몸이 여유롭긴 하지만, 나 역시 감염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고 온 나라가 바이러스 때문에 떠들썩하니 반가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올해 고3 담임을 맡게 되니 자꾸 아직 만나보지도 않은 애들이 걱정부터 된다. 학원이나 독서실도 쉬는 곳이 많다던데 그럼 집에서 제대로 공부는 하고 있을까? 괜히 뉴스를 보면서 심란해하진 않을까? 지금 인터넷이 정부나 신천지 비판에 후끈 달아오른 듯한데, 그런 흐름에 괜히 마음을 빼앗겨 있는 건 아닐까? 당장 닥쳐올 3월 학력평가며 원래 4월로 예정되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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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될까봐 두려워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7. 20:27
1년간 애니메이션 비평반을 운영하고 난 후기. 덕후라고 하기엔 한참 부족하지만 중학교 때 애니메이션 정말 좋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이런 거 말고 TV 시리즈물. 만화도 좋아하고 애니도 좋아하고 코스프레도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애니메이션을 실컷 보고 조금은 편하게 동아리 활동을 운영해보고 싶은 흑심에서 올해 동아리활동에선 애니메이션 비평반을 개설했다.원래는 애니를 좋아하는 애들(소위 덕후)을 데리고 '이게 옛날의 명작 애니다!!!!'하고 내밀면서 내가 10년 전에 보지 못했던 아쉬운 작품들을 보고 싶었다. 작품성도 있고 내가 재밌게 봤던 것들로 골라서. 예상은 했지만 역시 가위바위보에서 진 애들이 많이 왔다. 돈도 안 들고 자기네가 봐도 '과학실험반'보다는 좀 편할 것 같았겠지. 그래서 옛날 작품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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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 'ㅁ'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3. 4. 19:36
이제 와서 쓰는 거지만 3월 2일에 정말 스스로도 놀랄만한 심리적 변화를 인지했다. 프린트를 워낙 늦게 만들어서 등사실에 맡기지도 못하고, 그냥 학급 자료인 척 60장씩만 복사하고.. 한 시간 있다가 또 복사하고...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가 학급에서 쓸 아이들 상담 자료를 출력하는, 나보다 두 살 어린 고운 신규쌤을 마주쳤다. 교사들 커뮤니티에서 워낙 많이 돌아다니고, 나도 작년까지는 3월마다 아이들에게 뿌렸던 자기 소개 프린트였다. 그걸 보자마자 든 생각이 옛날같았으면 '아 나도 저거 해야 되는데 너무 바쁘다....ㅠ ㅠ' 였을텐데,'올해는 나 저거 하지말아야지, 아 질려.' 라는 생각이 딱 떠올랐다. 옷장에 옷은 적당히 있는데, '옷이 없다'는 말이 나올 때. 사실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옷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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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대신 달벌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1. 27. 05:09
"요즘 애들 정말 안 때려요?"이런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다.진짜 안 때린다. 그런데 체벌이 없다고 해서 규칙을 어기는 것에 대한 벌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그래서 작년 우리 반에서는 모든 벌은 '달게 쓰는 벌', 줄여서 '달벌'로 통일했다.공책에 글 한 페이지를 쓰는 벌이다. 교육적으로 말하자면야,'맞고 때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반성하기. 어떻게 보면,차라리 맞는 게 좋을 것 같은 괴로운 벌.또 어떻게 보면,아이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한 줄이라도 쓰게 하고 싶은, 혹은 글을 통해서 아이들을 조금 더 알고 싶은 담임샘의 개인 취향. 작년 이맘 때쯤 고수 모임 선생님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아마 어떤 선생님이 연수에서 듣고 왔다고 했고, 희자쌤이 해 보신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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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우리반 아이들에게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4. 5. 19. 09:58
스승의 날, 우리 반 아이들이 케익과 롤링페이퍼를 챙겨줘서 감동받고 쓴 편지. 아이들의 정성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감사히 받고 부끄럽지 않게 설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사랑하는 3학년 2반 학생들에게 얘들아, 안녕? 너희들이 교탁 위에 금요일에 말없이 올려둔 롤링페이퍼를 알아차리지도 못한 선생님을 용서해주렴. 너희가 막 생색을 내면서 전해주었다면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너희에게 보여주었을텐데! 수줍어서 좋으면 좋다고 막 티를 못 내는 건 선생님이나 너희들이나 비슷한가보다. 지난 번 케익도 그렇고 정말 너무 고마워. 그냥 이렇게 학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예쁜 너희들이 더더더 고맙게 느껴졌단다. 너희가 쓴 편지 중에, '중학교 마지막인데...' 하는 말들이 많더라.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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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문고에 가벼운 책 넣기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2. 1. 21. 08:22
1.13~15 물꼬방 연수. 2박 3일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마음 고운 선생님들과 수다 많이 떨고, 또 빡세게 할 땐 집중했던.. 널널하면서도 묘하게 빡빡했던 합숙이었지만(대학교 때 참실 합숙 같은 느낌이었다) 강렬한 기억들이 많이 남았다. 오현주쌤의 수업 이야기, 김병섭쌤의 급 연수, 등등 여러 자극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영희쌤이 가져온 책들 덕분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때는 중학교 학급문고 목록 만들기 모둠 시간. 영희쌤이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말랑말랑한 여행 에세이나, 웬 패션지 쎄씨의 한 페이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같은 책들. 머릿속에 쓰나미가 일어났다. 학급문고계의 혁명이었달까. 엄~청 유연하면서도, 독서력을 자랑하는 영희쌤의 성실함에 일단 감탄하고 나서, 그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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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첫 종례신문!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1. 8. 22. 23:31
사실은 조회 시간에 나누어주지만 (나는 종례를 일찍 끝내고 싶다) 그냥 편의상 종례신문이라고 부르고 있다. 종례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서...;; 그리고 이번 호가 몇호인지는, 학교 가서 차근차근 확인해야겠다. 오랜만이라.. 지난 주에 학급 규칙을 정했는데,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 정말 지켜야 할 것을 정하자니 너~무 많은데 이것만 정하는 게 아쉽기도 하고 계속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유진 쌤과 얘기하다가 실마리를 찾았다. 나 혼자 고민해서 찾아낸 답이 아니기에 어쩌면 이게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조금 들지만, 일단은 규칙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아이들과 나누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 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친구를 존중하고 스스로의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