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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천석의 <아이와 나>를 들으며
    일상 2015. 6. 11. 22:40
    1-1회 <엄마가 아이를 만들지만, 아이도 엄마를 만든다>

    '모성애는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아이가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점점 사랑하게 되고 이 아이를 위해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성애가 본능이라는 이야기엔 약간 거부감을 갖는 편인데(나는 사회적 학습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식욕처럼 본능이라면 내가 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스스로 아무리 해도 잘 설득이 안되는 게....설명이 안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모성애가 깊어진다는 이야기엔 납득이 갔다. 
    무엇보다, 아이 성향상 엄마의 사랑에 대해 반응이 없거나..하면 엄마도 지치고 힘들고 짜증스러워진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나도 모르게 부모가 저렇게 키웠겠지, 하고 자동적으로 생각이 나올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의 양육과 아이의 성향이 상호작용하는 거지, 전적으로 엄마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요 몇 년간 뽑기 운이 되게 좋았는데, 확실히 담임이 뭔가 하자, 고 아이디어를 내어놓았을 때 호기심을 갖고 재미있겠다고 신나하는 분위기가 있으면 나도 점점점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고 여러 이벤트도 하고 그러니까 더 학급 분위기도 좋아지고.. 하는 선순환이 되는 것 같다.
    시니컬한 분위기의 학급을 맡아서 힘들었을 때에는 진짜 내가 자질이 없는가보다 하고 많이 자책했었다. 그런데 방송을 듣고 생각해보니 내가 이야기를 하거나 학급에서 뭔가 하고자할 때 애들이 뚱하게 있거나 의심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툭툭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나는 참다가 무기력해졌다가 다시 뭘 해보려고 하다가 무기력해졌다가의 반복이었던 것 같다. 교사가 정성을 다해서 관계 개선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100프로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음.. 담임으로서의 나를 조금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1-2회 <아이는 원래 공동체가 키웠다>

    1회에서는, 사회에서 주로 '엄마탓'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회적인 문제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도 있는데, 엄마탓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쉬운 것뿐이라고.  
    무엇보다 역시 의사선생님이 말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딱 단정적으로 말할 때 되게 믿음이 간다. (어쩌면 내가 믿고 싶은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아이를 엄마가 키운다, 는 것은 1920년대 이후의 일이에요'라는 말이 머리에 콕 박혔다. 아이는 원래 공동체가 키웠다. 왠지 동화처럼 들리는 이야기다.

    제왕절개 키드인 나는, '제왕절개를 해서 나온 아이는 엄마가 힘을 주고 아이도 애를 써서 나온 게 아니라서 의지가 약한다'라는 말을 언젠가 듣고는, 내가 의지가 약할 때마다 '나는 제왕절개로 나와서 그런가봐'하고 생각했더랬다. 물론 수술을 안 했으면 아예 존재가 불가능했으니 수술 자체를 원망하진 않지만.  
    그런데 제왕절개가 아이에게 특별히 나쁘지 않다, 오히려 아이에겐 안전하고 산모에게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역시 또 믿고 싶은 이야기였다. TV에서 그러던데요? 라고 묻는 게스트에게 'TV에는 원래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요'라고 하는 서천석샘. 역시 믿음을 주는 화법이라니까.
     
    그리고
    4회에서 또 인상깊었던 것들
    -맥주 한 잔 하면서 육아 이야기하는 컨셉 좋았다. 맥주 먹고 싶어서 혼났다.

    -시작할 때 청소년기 아이를 고양이에 비유하면서 시작해서 귀가 쫑긋했다. 안그래도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기에 이런 이야기가 좀더 반갑고 재미있기도 했다.  
     : 고양이는 참 독립적인 동물입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주인이 집에 들어와도, 와서 반기지 않습니다.자기가 오고 싶을 때는 오고, 자기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와보지도 않죠. 애교를 부릴 때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러다 가끔 애교를 부리면, 그 모습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죠.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 같지 않고, 내가 고양이의 집사같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저는 청소년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이미 아이는 고양이로 변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아이가 강아지로 남아있길 기대하지 마세요. 청소년기 아이들은 혼자 있길 원합니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부모를 찾고, 마음을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부모의 기대를 채우는 데에는 관심이 없죠. 부모로선 이런 변화가 달가울 리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이가 고양이로 변했다면, 고양이에 맞게 사랑을 줘야지, 별 수 없습니다. 아이는 변했고, 부모는 적응해야 합니다. 부모가 지나간 것을 찾으려 할 때마다, 아이는 자신이 변했다고 더 많이 확인시키려 들게 됩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고양이에겐 또 고양이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그 증거이겠지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강아지의 모습으로 남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변한 아이의 모습에 아쉬워하죠. 그런 부모들에게 저는, 그냥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시라고 권합니다. 이미 고양이로 변한 아이에게 기대해봐야 실망만 더해갈 것이니까요.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의 변화에 적응해가는 과정입니다. 그 적응은 쉽지 않지만, 변화는 또 우리에게 새로운 즐거움, 새로운 관계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공격성에 대한 이야기 : 소녀들이 친구를 따돌리고 이상하게 하는데, 여자는 폭력을 쓰면 안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공격성이 다른 곳으로 표출되는 것일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공격성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은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기방어를 위해 맞으면 때리는 거나, 자기를 약올리는 동생을 오빠가 한 대 때리는 정도도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을 찾아나가는 것. 대신 오빠가 정도 이상으로 때린다면 부모의 커트가 필요하겠지.

    -부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어렵다. 부모가 공부를 못 해도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아이들도 그러기 쉽고,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들도 부모가 공부에 별로 가치를 안 두면 공부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가치를 너무 과도하게 두는 건 문제가 된다. 보이지 않는 기대수준이나 사회적자본의 일종인건가, 하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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