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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문집 제작기 2. 1-2차 회의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6. 2. 7. 08:33
첫 회의!
회의 안건지를 만들면서, 대학교 때 학회나 학생회 회의 안건지를 만들던 기록이 새록새록.. 편집도 그때 하던 것과 똑같은 스타일로 했다.
다행히 1학기에 자서전쓰기를 해서 문집에 그냥 그걸 다 실으면 될 것 같았다. 편집위원들에게 분배해서 타이핑해 오라고 해 주었다.
문집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 아이디어를 내가 좀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내밀었고, 애들이 몇 개는 자르고 몇몇 개는 좀 수정하고~ 아이들 의견도 내고 재미있었다.
첫 회의 하고 나서 문집 위원을 하겠다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서 든든.
그리고 수업 들어가서 8반에서 미리 "8반 아이들이 본 7반" 글을 쓰고 싶은 아이들에게 자원을 받았다. 신기하게 8반은 자기네 일도 아닌데 써 보고 싶다고 손 든 아이들이 3명이나 되었다. 정말 어디서 그런 의욕이 나오는 것일까? 우리반 문집을 만든다고 기뻐하는 우리반 애들도 괜히 고맙고 자기 반도 아닌데 글을 써 주겠다고 한 아이들도 정말 고맙고 놀랍다. 아이들을 좀더 믿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1주일 후 두번째 회의.
저번 회의 때 아이들이 제비를 뽑아서 친구를 하나씩 칭찬해주자고 했는데, 그걸 '칭찬 마니또'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회의 때 물으니 애들이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물개박수를 친다. 괜히 내가 애들에게 칭찬받은 것 마냥 으쓱해졌다.
월요일엔 문집 이름 공모 용지를 나누어주고, 화요일은 마니또 제비뽑기, 수요일은 설문조사지 돌리기, 목요일은 문장완성검사 쓰기.. 등등 매일매일 글 받을 계획을 만들다 보니 정말 빡빡해보인다. 아이디어 내는 거야 신나지만 매일 뭔가 쓰느라 애들이 지치면 어쩌나 좀 걱정을 했는데
...
역시나!
일주일 내내 빡빡하게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아침에 1인1역도 못 정하고 마니또 제비뽑기도 못 하고 일정이 밀리게 되었다.
(이놈의 계획병. 계획은 진짜 번쩍번쩍하게 엄청 알차게 세워놓고, 실천 못 하는 병은 담임하면서도 똑같다.ㅋㅋ)
피곤해서 그런지 '왜 애들이 1인 1역을 정하는데 이렇게 손을 안 들지? 책임을 맡기 싫다는 건가?' '제비를 왜 저렇게 만들지? 어휴..' 등등의 생각이 들면서 좀 짜증이 나는 걸 애들 앞에서 숨긴 채로 교무실로 왔다.
숨을 세 번쯤 쉬고 나니 마음이 좀 돌아왔다. 1인 1역은 애들이 아침에 갑자기 물어봐서 생각하느라 그런 걸 거야. 이따가 이름 안 쓴 애들은 한 명씩 물어봐야겠다,제비도 그렇게 만들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문집 자체도 선물이 되겠지만,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추억도 만들고 글도 좀 부담없이 써 봤으면 좋겠다. '얼른 완성하기'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찬찬히 해 나가자고 다시 한번 마음 잡기.
그리고 정말 체력의 중요성을 느꼈다. 진짜 내가 힘들고 피곤하면 마음이 있어도 웬지 여유가 없어져서 충분히 사랑해주기가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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