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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일/오은x재수/창비교육
    책읽기, 기록 2021. 1. 4. 20:19

     

    이건 시집이라기보단 그림책 같은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했던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앞표지를 그제서야 보니 '그림시집'이라고 떡하니 쓰여있었지. 시의 삽화이기를 넘어서서, 만화의 매체적 성격을 충분히 살려서 시와 만화가 어우러지는 것이 정말 좋았다. 오은 시인이 좋아서 서평단 응모를 했지만, 만화가 재수님에게 반해서 나온 책.

     

    프롤로그도 진짜 압권이다. 스포가 될까봐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그림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그 대담함. 맞아, 책을 읽는 게 이런 거였지, 하고 마음을 확 울리는 데가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 획일적인 학교에서 느끼는 답답함, 꿈, 희망, 막막함, 첫사랑, 성장에 대한 자각 등등. 청소년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들로 가득차 있다. 쓰고 보니 좀 그렇네. 청소년이 뭐 다른 생명체인가? 아직도 '자라서 될 뭔가'가 있기를 기대하며 살고 있는 어른이라 나도 여기저기 인덱스를 붙여가며 읽었다.

     

    장래는 아직 멀고
    희망은 어딘가
    있을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척
    -'장래희망' 중

     

    나는 도중에도 행복하고 싶어.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저녁에 두 번. 어제를 생각해도 오늘을 살아도 내일을 기다려도 조금은 설레고 싶어. 짧아진 봄에도 가을에도, 길어진 여름에도 겨울에도.
    -'해피엔드' 중

     

    <교실의 시>(김승일 외, 돌베개)를 읽으면서, 시인들에 비하면 나는 인생을 절반만큼만 살아온 게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다. 똑같이 10대를 겪으면서도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은 더 많은 걸 길어올리며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

    <마음의 일>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이 시들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과 갈등을, 열아홉살의 나도 갖고 있었다. 다른 뭔가에 쫓기며 사느라 내 마음 속에 그런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왔지만.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읽어보고픈 책인데, 애들은 샘이 시켜서 읽으면 또 그런 걸 느낄 틈도 없이 숙제처럼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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