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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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당신, 누구를 기억하나요?일상 2016. 7. 16. 19:57
귀염귀염 도리!!(출처-다음 영화) 나는 아무래도 취향이... 유치한 모양이다. 얼마 전에 본 뮤지컬 는 딱히 뭔가 쓸 생각이 나지도 않았는데,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참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안녕, 난 도리야.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지" 영화의 주인공인 물고기 도리는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물고기는 원래 기억력 2초라서, 밥 많이 주면 자기가 밥 많이 먹었다는 사실을 까먹고 계속 먹어서 배터져 죽는 것 아니었나? 저번에 '인사이드 아웃'은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참 탄탄했는데 실망이다 픽사. ㅋㅋㅋ)내가 방금 한 행동과 말도 잊어버리는 것, 이것이 '현재에 극도로 집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그래서 도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도, 과거의 상처도 없다.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자기가 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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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일상 2015. 7. 27. 19:54
영화를 보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그냥 애들 만화 같지 않다고 해서 주변에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전에도 내가 느끼기엔 픽사 애니메이션은 그냥 애들 만화가 아니었지만, 보기 드물게 '보고 싶어서'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였다. 나랑 같이 간 팬돌이는 이 영화를 보다가 졸았다고 한다. 서사구조보다는 감정에 주목하면서 봐야 하는 영화라서 그런 듯하다. 내 쪽은, 정말이지 '감정이나 기억에 대해,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쩜 저렇게 잘 표현했지?'하고 감탄했다. 나는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대단하답!!!! 이란 생각이 들 때 꽤나 감동하는 편이다. 그리고 여기부터 스포가.. 기억들이 모여서 나의 성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그 기억에는 감정이 항상 함께하고, 때론 그때그때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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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일상 2014. 8. 28. 22:08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혼자 본 영화이다. 그러니까 '함께 보는 누군가'가 목적이 아니라, 영화감상 자체가 목적이었다. 해인이가 워낙 추천하기도 하고, 선산 오빠가 페북에다가 좋은 평을 썼던 영향도 컸다. 기대하면 실망이 따라오는 줄 알지만 저절로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해서,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KU시네마테크를 찾았다. 아담하고 한적한 극장. 영화표를 샀더니 포스터를 주었다. 오늘 여기저기 다닐건데 받지 말까.. 하다가, 어쨌든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거니까 받았다가, 영화가 재미없으면 반납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받았다. 결국은 지금 내 방 문 안쪽에 그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 영화의 원제는 "Attila Marcel"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수입하면서 제목을 참 예쁘게 잘 지었다, 생각했다. 그런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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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일상 2012. 7. 5. 19:52
이 영화,을 보고 나와서, 같이 본 친구에게 했던 첫 마디는"이거 참 잘 만든 것 같아."였다. 나는 영화도 뭣도 모르는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뭐랄까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 특유의 거친 느낌이 많이 들지 않았다.영화에서 대놓고 목적 의식을 드러내지 않고, 대놓고 주장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까. 이 영화가 왜 그들은 망루를 세울 수밖에 없었는지에 집중하고 철거민들과의 인터뷰 위주로 흘러갔다면 지금만큼 흥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진압을 위해 투입된 경찰들도 피해자였다는 점을 조명하면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폭력에 분노하거나, 철거민들을 동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어떤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경찰 특공대원들도 피해자다'라는 말을 인정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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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일상 2012. 1. 25. 16:48
아직 휴일이 끝나지 않은 기분으로, 영화를 한 편 더 보았다. One Day. 이쁜 앤 해서웨이가 나오는 영화. 이번에 보면서 느낀 건데, 나는 뭔가 규정되지 않은 관계, 딱히 규정할 수 없는 감정?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걸 굳이 규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걸 좋아한다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영화는 잔잔하다. 나쁜 말로 하면 조금 지루할 수도.. 나는 영화가 지루하다는 것을 꽤나 강조해서 들은 뒤에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았다. 뭐든지 기대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법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지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친구를 다섯 명쯤 알고 있다. 아마 그 친구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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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영화 감상, <파수꾼>일상 2011. 7. 19. 20:44
우정? 헤게모니? 친구가 보라고 보라고, 네이트온 대화명에도 광고하고.. 자기 선배 중 하나는 애들이랑 이거 같이 보고 싶다고 했다고까지 이야기해서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학생하고 같이 볼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고, 남자 고등학생들과 함께라면 초반부는 볼 만한 것 같다. 누군가는 '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참고 같이 다니는' 관계. 청소년 소설 '우아한 거짓말'에서 조금 드러나는 것처럼, 여학생들 사이에상서도 나름의 권력 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좀 다른 형태로 남자들 사이에서도 분명 친구인 것 같긴 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도 더 힘을 가진 자가 있다. 어쩌면 서열 관계는 남자가 더 분명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그 세계를 떠나와서인지, 처럼 학교를 다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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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일상 2010. 12. 12. 11:45
오랜만에 남미 영화를 보았다. 색감이 달라서인가? 그냥 영상만으로도 아름다운 영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유영철의 범행에 관한 살떨리는 인터넷 글을 본 터라, ‘왜 또 강간살인물인 것이야..... 무섭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날 밤에 사실 악몽도 꾸었더랬다. 스릴러일까? 로맨스일까? 사랑 이야기로만 읽기엔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두 커플의 감정선이 교차하는 것을 중심으로 보았다. 먼저, 아름다운 아내를 잃은 모랄레스의 사랑. 영화 속의 에스포지토조차도 그에게 말한다. 당신과 같은 사랑은 본 적이 없었다고. 아내를 살해한 자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기차역을 전전하던 그를 보면서 문득 범죄 피해자의 유족들이 원하는 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랄레스는 자기 자신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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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Child(2008)일상 2010. 2. 16. 00:15
이렇게 한마디로 말해버리면 영화 제작한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뭐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다. 엄마를 잃고 새 애인을 만든 아빠에게 삐진, 철없는 미국 소녀가 엄마가 졸업했던 영국의 전통있는 여학교에 들어가서 formal하게? 얌전하게? 어쨌든 착한 아이로 변하는 이야기. 사실대로 말하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서양 사람들은 다른 사람 눈을 많이 신경쓰지 않는다더니 명품 밝힐 건 다 밝히네' '친구 애인이랑 자고, 고등학생이 마놀로 블라닉이니 지미추 구두를 트렁크 가득 갖고 있고, 이거 뭐 미국판 꽃남 아녀?' 이런 거였다고 하면 반쯤 진담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건, 영화가 끝날 때의 뭔가 씁쓸한 느낌. 분명히 못된 아이가 자기 스스로도 만족하고, 학교에도 잘 적응하고, 아빠랑도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