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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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책읽기, 기록 2020. 8. 18. 06:28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아빠가 고등학교 휴학을 하고 집에 혼자 머물던 시절, 까만 정장을 갖춰 입은 한국말 엄청 잘하는 눈 파란 미국 사람들이 전도하러 온 적이 있다고 했다. 여러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고 해서, 그들 따라 미국으로 가고 싶었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그냥 세상엔 그런 사람들도 있겠거니 하고, 아빠는 그때도 여자를 참 좋아했구나, 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다. 글쓴이의 아버지가 우유를 마시지 못하게 하자 어린 글쓴이는 시리얼을 물에 말아먹는 신세가 됐다. 진흙을 한 대접 먹는 느낌이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자식들에게도 채식을 시키는 비건 수준의 억압(?)인 줄로만 알았다. 아들에게 밤샘 운전을 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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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창/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中책읽기, 기록 2020. 5. 20. 05:10
역사를 책 속의 글자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과거의 누군가와 현재의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생생한 어떤 것'으로 느끼기에 이야기만큼 좋은 게 있을까. 4.3 사건, 서북청년단.. 머릿속에서 떠돌던 지식들이 사람들의 삶으로 엮어져 나오는 한 페이지 페이지. 역사를 이해하는 게 이런 거였다는 걸 새삼 깨닫고 가슴이 뛰었다. 바로 '제주도'에서 4.3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지식적인 면에서는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곳에만 물건을 팔 수 있는 지정판매제, 병자나 노인에게도 조합비를 강요하는 등 일제의 억압에 해녀들이 투쟁을 하고, 승리해내기까지 한다. 이때 쎈언니들 진짜 멋있었어. 여성들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이 주인공들이 4.3에서도 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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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책읽기, 기록 2020. 5. 19. 05:06
-오케이 구글, 집에 왔어.(신나는 음악을 들려준다) -오케이 구글, 쇼핑 목록에 '달걀' 저장해줘. -오케이 구글, 오늘 일정 알려줘. "오케이 구글"은 구글에서 나온 AI 스피커인 '구글 홈 미니'를 호출하는 명령어이다. "오케이 구글!"하고 부르면 또로롱 불이 들어오면서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 날씨를 알고 싶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뉴스나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주로 활용한다. 손 안대고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은근히 편하다. 갤럭시 폰의 음성 인식 시스템인 '빅스비'도 잘 써먹고 있다. 한번은 "오케이 구글!"을 외쳤다가, 내가 음성 명령으로 전화를 걸려고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바로 "하이 빅스비, 엄마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 걸어줘"라고 갤럭시에게 명령을 보냈다. 그랬더니 구글 홈미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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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구병모책읽기, 기록 2020. 4. 24. 05:20
물 속에서 사는 존재들은 왜 항상 순수하고 연약할까. 어릴 때 읽은 동화에서부터, 영화, 드라마에서도 물 속에서도 살 수 있는 인간들은 일편단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남의 말을 정말 곧이곧대로 믿곤 한다. 그래서 이 순진한 이들은 땅 위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죄 없이 피해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에서도, 전지현 언니가 나왔던 에서도, 어릴 적 희미한 기억 속에만 남은 영화 에서도. 아가미를 달고 사는 곤이도 그렇다. 아예 세상에 적籍을 두지 못한 수륙양용 인간. 덕분에 그만큼 세상과 휩쓸리지 않아도 되는 곤이의 삶의 양식이 부러워 몇 군데 에는 밑줄을 그었다. - 비좁은 세상을 포화 상태로 채우는 수많은 일들을 꼭 당일 속보로 알아야 할 필요가 없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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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너무 좋아서 드러누움..책읽기, 기록 2018. 12. 29. 22:23
그 눈동자가 실제로는 빛나지 않는데도 왠지 빛이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사람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미소를 지을 때든 아니든 언제나 차분하며, 빛이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홍채의 색깔 속에 빛이 붙잡혀 있는 것 같아서, 가끔 눈이 노란색으로 보일 때가 있다.-「두 도공」 중 도리스 레싱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자꾸 옷자락이 못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페이지를 넘기려다가도 자꾸 멈칫하게 되는 멋진 문장이 가득하다. 『19호실로 가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표제작인 「19호실로 가다」. 한 줄로 요약하면 가정을 위해 자신을 포기했던 여자가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한다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직접적으로 '박탈감을 느꼈다'는 식의 서술은 없는데도, 그녀가 가정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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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공부 공부, 엄기호책읽기, 기록/교육 관련 2017. 9. 4. 03:14
우리는 흔히 자기자신과 자기 욕망을 동일시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말의 드러내는 바가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곧 나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게 나를 배려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명한 이들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질주하는 삶을 노예의 삶이라고 불렀다. '하고 싶은 것'에 끌려다니는 삶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대의 현자들은 욕망의 주인이 되라고 가르쳤다. 욕망의 주인이 되는 길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언제든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언제든 그것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이다. 주인의 힘은 '이루게 하는 힘'이 아니라 '그만둘 수 있는 힘'이다. 탁월함을 '숨의 길이'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숨의 길이를 다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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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책읽기, 기록 2016. 6. 21. 22:01
의 작가인 곤도 마리에의 최근 책. 정리법 자체의 내용도 물론 좋지만,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의 철학이랄까, 종교관념이랄까, 하는 것이 드러나는 부분이 재미있다.음양오행적으로 보았을 때 남자의 물건이 위쪽에, 여자의 물건이 아래쪽에 있는 게 좋다든가,물건을 버릴 때 '그동안 고마웠어'하고 인사한다든가, 커트러리처럼 몸에 바로 닿는 물건은 '충분히 쉬게 해 준다'고 표현하는 것이라든가... 마음에 드는 부분을 메모해보았다. * 정리를 하는 마음가짐 -설레는 물건을 남기고 물건들의 제 위치를 정하기만 하면, 소유물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정리는 반드시 끝이 나게 마련이다(48p) - 정리에 실패해도 집이 폭발하지 않는다. 불안해하지 말고 즐기자(273p) * 정리의 원칙(54p) 1.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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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에토 모리책읽기, 기록/아이들과 읽고 싶은 2016. 5. 7. 10:22
이 책의 반전이 너무 뻔해서 극초반에 바로 깨달을 수 있었지만 이 글에선 쓰지 않겠다.나 언제 이렇게 양심이 7옥타브가 되었지. 황당한데 설득력있는 이야기 최근에 내 취향 아닌 청소년 소설을 억지로 읽고 계속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책이 있고, 내 취향이 아닌 책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는 게 평소 생각이었는데 학교 독서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이라서 일단 끝까지 다 읽었다. 그런데 인물들의 대사는 너무 작위적이어서 대충 쓴 드라마를 연상하게 했고, 일생 동안 품어왔던 피해의식이 상대방의 말 한 마디로 스르르 풀어지는 엄청난 갈등 해소에, 우연의 연속이 이어져서 대체 내가 아는 개연성이란 무엇인가 의심스러워졌다.물론 이 소설이 그렇게 형편없기만 한 건 아니어서 그런 몇몇 부분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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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책읽기, 기록/아이들과 읽고 싶은 2016. 5. 7. 09:46
옆나라에서 자꾸 지진이 일어나고, 원전 많은 나라에 사는 일인으로서 방사능 피해나 원자력 발전에 대해 좀 알아야겠다 싶어서 같은 책을 읽어봤는데 좀 어려워서, 마침 학교 도서실에 있던 을 손에 들었다. 주인공 가족이 사는 도시 근처에서 핵폭발이 일어난다. 서둘러서 외갓집으로 달려가보지만,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마침 그날 백화점에 가기 위해 '풀다'라는 큰 도시로 나갔는데 풀다 자체가 아예 정말 한 줌 재가 되었다는 끔찍한 소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책 속의 화자가 '원자병'이라고 부르는 피폭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도, 완전히 황폐해져 생존의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잔인해지는 것도 어찌나 생생하게 그렸는지 이게 혹시 소설 아니고 르포인가..? 하고 찾아볼 정도였다. 핵폭발 후에 정말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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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나무/숀탠책읽기, 기록/아이들과 읽고 싶은 2016. 4. 9. 14:40
**스포가 있는 그림책 감상. 으로 숀탠에게 반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가 더 좋아하는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읽은지 한참 됐는데도 기억할 때마다 너무 좋아서 글로 남겨둔다. 이 책은 우울하게 시작된, 희망 없는 날에 대한 묘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둠'과 '절망'을 이렇게 환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감각에 내가 반했다니까. 그림을 감상하는 데엔 서툴지만 그림책은 좀더 이해하기 쉬워서 좋다. 이 그림과 같은 페이지에 실린 글귀는 아니지만, '(세상은) 마음도 머리도 없는 기계'라는 문장도 좋았다. 세상에서 인정이나 따뜻함은 원래 없는 거겠거니.. 하지만 '머리'가 없다고 표현하니 신선했다. 맞아, 세상이 온정적이지 않다고 해서 딱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지도 않다. 힘들 땐 정말 더 그렇게 느껴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