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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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될까봐 두려워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7. 20:27
1년간 애니메이션 비평반을 운영하고 난 후기. 덕후라고 하기엔 한참 부족하지만 중학교 때 애니메이션 정말 좋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이런 거 말고 TV 시리즈물. 만화도 좋아하고 애니도 좋아하고 코스프레도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애니메이션을 실컷 보고 조금은 편하게 동아리 활동을 운영해보고 싶은 흑심에서 올해 동아리활동에선 애니메이션 비평반을 개설했다.원래는 애니를 좋아하는 애들(소위 덕후)을 데리고 '이게 옛날의 명작 애니다!!!!'하고 내밀면서 내가 10년 전에 보지 못했던 아쉬운 작품들을 보고 싶었다. 작품성도 있고 내가 재밌게 봤던 것들로 골라서. 예상은 했지만 역시 가위바위보에서 진 애들이 많이 왔다. 돈도 안 들고 자기네가 봐도 '과학실험반'보다는 좀 편할 것 같았겠지. 그래서 옛날 작품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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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자, 불안해하지 말고 맡겨주자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7. 20:05
이번에 발가락이 다친 것도 썩 반갑진 않았지만.. 그보다 학교를 3일 쉬면서도 부담임 샘한테도 괜히 미안하고, 애들이 잘 하고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었다. 와- 그런데 역시 3학년이라 그런지 자기들끼리 꽁냥꽁냥 잘 생활하고 있었다. 정말 놀랐던 건!! 자리를 바꾸는 주였는데 자기들끼리 자리를 쫙 바꾸고 자리표도 내가 평소에 출력한 것과 똑같은 모양으로 그려서 교탁에 찰싹 붙여놓았다. 담임이 없다고 청소에 도망가는 아이도, 무단조퇴를 하는 아이도 없었다. (학교를 안 나온 아이도 있었지만, 내가 없다고 안 나온 건 아니니까 패스) 올해가 행운의 해라서 나와 잘 만난 아이들을 만난 탓도 있지만, 내가 없어도 세상도 잘 돌아가고 내가 없어도 아이들은 잘 해나간다. 막 챙겨주면서 내가 참 좋은 선생이라고 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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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있음을 인정하기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1. 17:21
다른 샘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가끔 애들이 수업 끝나고 "쌤 수업 진짜 재밌어요~ 너무 좋아요" "샘이 저희 얘길 잘 들어주셔서 좋아요" 등등 좋다고 하면그냥 내가 젊으니까 좋은 거겠지, 생각하고 너무 기뻐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가끔 애들이 좀 나쁜 피드백을 하거나 쌤 이러저러해서 섭섭했어요,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 집에 와서까지도 저녁 내내 미안해하거나 맘에 걸리곤 했는데 왠지 어제 어쿠스틱 라이프를 읽고 나서는 (딸은 나를 너무 사랑한다-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33041 )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것들을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젊으니까 좋아하는 걸꺼야, 하고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 애들이 나에게 이렇게 열렬히 애정표현을 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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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화나게 하는가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5. 21. 17:08
달을 보고 아이고 슬프다~ 느꼈으면 달이 나를 슬프게 한 거예요, 내가 슬프게 느낀 거예요? 똑같이, 다른 차가 앞에 끼어들면 그 차가 나를 화나게 한 게 아니라 내가 화를 낸 겁니다. 그러니까 그럴 때마다 '아이고 내가 또 화를 내는구나~ 내 성질이 아직 더럽구나~' 하세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들었던 법륜스님 팟캐스트의 한자락이 기억이 났다.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이걸 반대로 써먹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미친듯이 화를 내더라도,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잘못에 대해선 고치면 된다. 과도하게 화를 내는 사람의 화를 풀어줘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편안해졌다. 담임교사에게 주말 내내 전화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면 화는 그 사람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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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에 대하여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3. 12. 23:50
1월 4일.오늘은 새해를 맞은지 나흘째 되는 날입니다.만약 새해에 결심을 세우셨다면, 오늘이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날이죠.결심을 할 때야 굳은 마음이었겠지만 며칠 사이에 마음은 많이 약해져 있을 겁니다.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아직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는 쪽으로는 진화를 이루지 못해서라고 합니다.그러니 나는 왜 이러나, 하고 너무 자기비하를 하지는 않으시기 바랍니다. (뜨끔) 작심삼일이 되면 우리는 스스로를 비하하기 쉽습니다.'내가 뭐 그렇지. 역시 난 의지박약이야.''난 왜 매번 결심만 하는 것일까? 이러다간 아무것도 못 이룰텐데.'이런 자기 비하나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자기를 비하하고 나면 우린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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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 'ㅁ'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3. 4. 19:36
이제 와서 쓰는 거지만 3월 2일에 정말 스스로도 놀랄만한 심리적 변화를 인지했다. 프린트를 워낙 늦게 만들어서 등사실에 맡기지도 못하고, 그냥 학급 자료인 척 60장씩만 복사하고.. 한 시간 있다가 또 복사하고...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가 학급에서 쓸 아이들 상담 자료를 출력하는, 나보다 두 살 어린 고운 신규쌤을 마주쳤다. 교사들 커뮤니티에서 워낙 많이 돌아다니고, 나도 작년까지는 3월마다 아이들에게 뿌렸던 자기 소개 프린트였다. 그걸 보자마자 든 생각이 옛날같았으면 '아 나도 저거 해야 되는데 너무 바쁘다....ㅠ ㅠ' 였을텐데,'올해는 나 저거 하지말아야지, 아 질려.' 라는 생각이 딱 떠올랐다. 옷장에 옷은 적당히 있는데, '옷이 없다'는 말이 나올 때. 사실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옷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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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대신 달벌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1. 27. 05:09
"요즘 애들 정말 안 때려요?"이런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다.진짜 안 때린다. 그런데 체벌이 없다고 해서 규칙을 어기는 것에 대한 벌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그래서 작년 우리 반에서는 모든 벌은 '달게 쓰는 벌', 줄여서 '달벌'로 통일했다.공책에 글 한 페이지를 쓰는 벌이다. 교육적으로 말하자면야,'맞고 때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반성하기. 어떻게 보면,차라리 맞는 게 좋을 것 같은 괴로운 벌.또 어떻게 보면,아이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한 줄이라도 쓰게 하고 싶은, 혹은 글을 통해서 아이들을 조금 더 알고 싶은 담임샘의 개인 취향. 작년 이맘 때쯤 고수 모임 선생님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아마 어떤 선생님이 연수에서 듣고 왔다고 했고, 희자쌤이 해 보신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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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우리반 아이들에게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4. 5. 19. 09:58
스승의 날, 우리 반 아이들이 케익과 롤링페이퍼를 챙겨줘서 감동받고 쓴 편지. 아이들의 정성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감사히 받고 부끄럽지 않게 설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사랑하는 3학년 2반 학생들에게 얘들아, 안녕? 너희들이 교탁 위에 금요일에 말없이 올려둔 롤링페이퍼를 알아차리지도 못한 선생님을 용서해주렴. 너희가 막 생색을 내면서 전해주었다면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너희에게 보여주었을텐데! 수줍어서 좋으면 좋다고 막 티를 못 내는 건 선생님이나 너희들이나 비슷한가보다. 지난 번 케익도 그렇고 정말 너무 고마워. 그냥 이렇게 학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예쁜 너희들이 더더더 고맙게 느껴졌단다. 너희가 쓴 편지 중에, '중학교 마지막인데...' 하는 말들이 많더라.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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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샘의 학급운영 이야기를 들으면서 와닿았던 것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2. 2. 22. 09:23
사실 이제는 새내기교사 대상 연수가 살짝..... 질린다. 그동안 연수를 그렇게 많이 들은 것도 아니고, 내가 원숙해진 것도 아니건만.. 그래도 어떤 얘기가 나올지 살짝은 예상이 되고, 그런 것들은 실제로 해 보는 게 더 어렵고 의미있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어찌어찌하여 경기국어교사모임에서 새내기 대상으로 하는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뭐 특이한 건 아니지만, 몇몇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되어 메모를 해 두기로.. 바로, 진영샘의 학급운영의 원칙들. 나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정말정말정말 공감이 간다. 1.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지 말 것-결국 내가 ebs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극복하려 했던 것이 이것이 아닌가 싶다. 어설프게 무서운 척을 해봤자 서로의 관계와 소통에 방해물이 될 뿐이다. 규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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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문고에 가벼운 책 넣기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2. 1. 21. 08:22
1.13~15 물꼬방 연수. 2박 3일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마음 고운 선생님들과 수다 많이 떨고, 또 빡세게 할 땐 집중했던.. 널널하면서도 묘하게 빡빡했던 합숙이었지만(대학교 때 참실 합숙 같은 느낌이었다) 강렬한 기억들이 많이 남았다. 오현주쌤의 수업 이야기, 김병섭쌤의 급 연수, 등등 여러 자극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영희쌤이 가져온 책들 덕분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때는 중학교 학급문고 목록 만들기 모둠 시간. 영희쌤이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말랑말랑한 여행 에세이나, 웬 패션지 쎄씨의 한 페이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같은 책들. 머릿속에 쓰나미가 일어났다. 학급문고계의 혁명이었달까. 엄~청 유연하면서도, 독서력을 자랑하는 영희쌤의 성실함에 일단 감탄하고 나서, 그런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