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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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을 좋아하는 이유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11. 3. 18:55
서울형 자사고를 지원하려는 아이들이 제각기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고 들고 와서 너무 힘들다는 진로샘의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아예 오늘 7교시 후에 애들을 모아서 자소서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고, 시험 끝나면 써오라고 하겠다고 하셨다. 하나하나 봐 주기는 힘들 것 같다고. 7교시에 9반에서 수업하고 있는데 끝나는 종이 치기 3분 전에 진로샘이 방송을 하셨다. 자사고 희망자들은 끝나면 진로실로 오라고~ 나도 그래서 덧붙여줬다. -시험 전날이라 마음이 급하겠지만, (자사고 가고싶으면) 너희가 문제 한두 개 더 맞는 것보다 자소서 잘 쓰는 게 더 중요하니까, 가 보는 게 좋겠다. 반응들이.. -야, 너 갈거야? -저기 꼭 가야돼? 서로 의논하다가 -쌤, 그냥 국어샘이 봐 주시면 안돼요? 하길래 -우리 반 애들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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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될까봐 두려워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7. 20:27
1년간 애니메이션 비평반을 운영하고 난 후기. 덕후라고 하기엔 한참 부족하지만 중학교 때 애니메이션 정말 좋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이런 거 말고 TV 시리즈물. 만화도 좋아하고 애니도 좋아하고 코스프레도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애니메이션을 실컷 보고 조금은 편하게 동아리 활동을 운영해보고 싶은 흑심에서 올해 동아리활동에선 애니메이션 비평반을 개설했다.원래는 애니를 좋아하는 애들(소위 덕후)을 데리고 '이게 옛날의 명작 애니다!!!!'하고 내밀면서 내가 10년 전에 보지 못했던 아쉬운 작품들을 보고 싶었다. 작품성도 있고 내가 재밌게 봤던 것들로 골라서. 예상은 했지만 역시 가위바위보에서 진 애들이 많이 왔다. 돈도 안 들고 자기네가 봐도 '과학실험반'보다는 좀 편할 것 같았겠지. 그래서 옛날 작품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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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자, 불안해하지 말고 맡겨주자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7. 20:05
이번에 발가락이 다친 것도 썩 반갑진 않았지만.. 그보다 학교를 3일 쉬면서도 부담임 샘한테도 괜히 미안하고, 애들이 잘 하고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었다. 와- 그런데 역시 3학년이라 그런지 자기들끼리 꽁냥꽁냥 잘 생활하고 있었다. 정말 놀랐던 건!! 자리를 바꾸는 주였는데 자기들끼리 자리를 쫙 바꾸고 자리표도 내가 평소에 출력한 것과 똑같은 모양으로 그려서 교탁에 찰싹 붙여놓았다. 담임이 없다고 청소에 도망가는 아이도, 무단조퇴를 하는 아이도 없었다. (학교를 안 나온 아이도 있었지만, 내가 없다고 안 나온 건 아니니까 패스) 올해가 행운의 해라서 나와 잘 만난 아이들을 만난 탓도 있지만, 내가 없어도 세상도 잘 돌아가고 내가 없어도 아이들은 잘 해나간다. 막 챙겨주면서 내가 참 좋은 선생이라고 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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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있음을 인정하기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1. 17:21
다른 샘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가끔 애들이 수업 끝나고 "쌤 수업 진짜 재밌어요~ 너무 좋아요" "샘이 저희 얘길 잘 들어주셔서 좋아요" 등등 좋다고 하면그냥 내가 젊으니까 좋은 거겠지, 생각하고 너무 기뻐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가끔 애들이 좀 나쁜 피드백을 하거나 쌤 이러저러해서 섭섭했어요,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 집에 와서까지도 저녁 내내 미안해하거나 맘에 걸리곤 했는데 왠지 어제 어쿠스틱 라이프를 읽고 나서는 (딸은 나를 너무 사랑한다-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33041 )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것들을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젊으니까 좋아하는 걸꺼야, 하고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 애들이 나에게 이렇게 열렬히 애정표현을 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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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을 좋아하는 이유학교에서 하루하루 2015. 7. 25. 00:56
기말고사가 끝난 후, 수업 시간에 독서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 시간 내내 책을 읽는 어떤 시간..... 옆반이 너무 시끄럽다. 원래 약간 산만한 분위기의 반이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옆 교실에서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들린다니, 교과 선생님이 아직 안 들어오셨다는 걸 확신하고 그 반 뒷문을 열었다. 반장이 앞에 나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있었고, 무슨 시간이냐, 선생님을 모셔오라, 고 했더니 영어 선생님이 잠깐 프린트를 가지러 교무실에 내려갔다는 것이다. 나는 역시 속아주기 전문선생인지라 그래? 하고 갸웃하면서 조용히 좀 하라고 당부하고 다시 내가 수업하는 반 교실로 갔다. 그런데도 한동안 떠드는 소리와 함께 '야! 조용히 해!'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몇 번이나 옆반까지 들려서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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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하나 지키기가 어렵다학교에서 하루하루 2015. 7. 7. 20:34
중학교 1학년은 OMR카드와 컴퓨터용사인펜을 처음 써 보는 아이들이라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이면 답안지를 정말 이렇게도 쓸 수 있겠구나, 나에게 새로운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준 아이들도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3반이라고 표기하고 싶으면 왼쪽 줄에서 0, 그 옆줄에서 3을 칠하는 대신, 가장 왼쪽 줄에서 0과 3을 동시에 마킹해버리곤 한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냥 점 하나를 찍고 마킹했다고 우기는 애들도 있고 또 잘못 마킹했다고 답안지를 파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 시기를 지나면 나는 빨간색 플러스펜으로 예비마킹을 강요할 필요는 없겠다고 최근에 생각하고 있었다. 수능도 예비마킹이 안되고, 대부분의 시험에서 예비마킹으로 인한 인식 오류는 수험생의 책임이라고 하잖아? 그러면 오히려 아이들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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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일' 시 수업일기학교에서 하루하루/공립에서 수업하기 2015. 3. 8. 09:31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있었던 많은 것을 잊겠지만, 내가 돌아보는 양동에서의 첫 수업. 처음 가르치게 된 단원은 시. 시는 짧은 언어 안에 작가가 말하려는 걸 담으려다 보니 더 아름답기도 하지만 우리가 많은 부분을 생각해서 이해해야 된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도입활동은, 상용샘 학교에서 빌려온 활동이긴 하지만, 사진 해석하기.사진 한 장을 보고, '~~~~ 한 걸 보니 ---인 것 같다'는 형식으로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써 보는 활동이다. 사진 한 장을 보고 여러 가지를 끄집어 내듯, 시도 꼼꼼히 읽으면서 해석해나가면 재미있다는 결론을 내고 싶었다. ★ 읽기 전에 : 선생님이 보여주는 그림을 보고, 알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써 봅시다. • ( ) 한 것을 보니 ( ) 같다. • ( )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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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수업 01. 그림책으로 독서 수업을 하게 된 이야기1학교에서 하루하루/공립에서 수업하기 2014. 5. 25. 13:09
사실 국어교사로서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지만, 교과서로 수업하는 것이 정말 아이들의 국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언제나 의문이다. 예를 들면 설명문을 읽고, 날개 질문에 답하고, 중심내용을 요약하고, 주제에 대해서 조금 더 심화된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읽기 교육에 적합한 것은 맞는데, 실제 교실 수업에서는 "얘들아, 날개 질문에 답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읽어봐."라고 했을때몇몇 아이들은 글이 아니라 '글씨'만을 읽기 때문에 글을 이해하지 못하고몇몇 아이들은 제재가 다루는 내용에서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고(읽지 않고)몇몇 아이들은 굉장히 대충 읽으면서도 자기가 대충 읽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5분만에 자기는 몰라서 못하겠다고 하거나 굉장히 대충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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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요?학교에서 하루하루 2013. 12. 9. 21:15
왜 저만 갖고 그래요? 혹은 제가 왜요? 대부분의 교사들이 ‘진짜 저 말 듣기 싫다’ 멘트 1위를 꼽으면 저 말이 아닐까. ‘여기 이것 좀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릴래?’‘제가 왜요?’또는‘제가 안 버렸는데요?’아니면‘버리면 뭐해주실 건데요?(상점 주실 거예요)?’ ‘**야, 그만 떠들고 이제 수업에 집중하자.’‘왜 저만 갖고 그래요? 얘가 먼저 던졌는데요?’‘쟤도 떠드는데요?’ 와, 쓰다 보니 진짜 내 앞에서 누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아닌데 열받는 것이,정말 탐구해볼만한 말이 아닌가 싶다. ‘왜 저만 갖고 그래요?’와 ‘제가 왜요?’ 이 말에 대해서 드는 생각 첫 번째.애들은 뭐가 그렇게 억울한 것일까?모든 아이들이 한 잘못의 정도를 공명정대하게 측정해서, 그만큼 혼내면 납득하고 반성할까? 처음 말을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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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첫 수업학교에서 하루하루/공립에서 수업하기 2013. 8. 19. 23:04
수업 진행 : 0. 인사 ^ ^ (90시간 동안 연수 들으면서- 체력이 달려서 너무 힘들었다, 에어컨이 그립다, 3시 반 이후에는 아무리 좋은 강의도 머릿속에 남지를 않더라.. 등등의 얘기를 할 때 그래도 애들이 좀 들어준 것 같다.)1. 2학기 수업 오리엔테이션 2. 방학 동안 있었던 일 나누기 : 3단계 인터뷰 1정 연수 때 배운 3단계 인터뷰를 써 먹어 보고자 했다! 수업 계획은 다음과 같다. 첫째, A4용지를 4등분해서 각 사분면에 방학 때 내가 가장 많이 한 일/방학 때 가장 재미있었던 일/방학 때 가장 힘들거나 괴로웠던 일/올해 안에 꼭 하고픈 일 쓰기 둘째, 내가 쓴 것 중 하나를 짝꿍에게 설명해주기(서로) 셋째, 4명이 모둠을 만들어서, 내 짝꿍이 설명해준 내용을 모둠원들에게 전하기 이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