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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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반아 안녕학교에서 하루하루 2011. 3. 23. 23:29
나조차 어른이 아닌데 애가 애들 34명을 책임지자니 거참.. 그런데 더 문제는 애가 자기가 책임지는 애들을 돌아볼 틈도 없이 일이 쌓여 근데 그 일이란 게 또 하다보면 자꾸자꾸 빠져들게 되어서(사실은 일을 잘 못해서 계속 매달리다 보면) 멍하니 일하다가 종 치면 부랴부랴 수업하러, 종례하러, 조회하러 교실에 가게 된다. 그나마 좀 애들 생각할 시간이 있다면, ebs 작가분한테 전화받을 때? 그리고 음.. 어제처럼 촬영하면서 인터뷰할 때? ㅋㅋ 그래선지 오늘은 문득문득 우리반에 대한 생각이 좀더 많이 들었다. 계속해서 내가 우리 반을 불만족스러워 하는 이유는 욕심많은 초보 엄마 맘처럼 아니라고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대가 너무 커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반이 작년 1학년 4반 같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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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일기 0315학교에서 하루하루 2011. 3. 15. 23:23
그냥 정리하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우리반에 뭐뭐 했는지 죽 적어보기로 했다. 다시 하게 되면 좀더 체계적으로 해야지. 3월 2일 -학부모통신(첫인사) 배부 : 집에 가서 전달을 안 하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꽤 전해진 것 같다. -자기소개서 : 즐거운 학교에서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서 했는데(내용이 그럭저럭 괜찮다. 구체적이고, 실질적) 나중에 진로 상담부에서 또 비슷한 걸 나눠줘서 상담기초자료로 학교 전체에서 철하게 되었다. 울학교에선 미리 할 필요 없는듯. -번호 정하고 자리 배치 : 이때 아직 번호 확정이 안된 상태였는데 좀 괜히 서둘러서 번호대로 앉혔다.=_= 3월 3일 -교탁에 자리배치표 붙임 -청소 역할표 : 코팅해서 지우고 쓰는 식으로 하려고.. 한달치 청소당번을 적어 두었다. -상담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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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겁내기-학급문고 관리학교에서 하루하루 2010. 12. 13. 23:44
청소년 소설을 막 사서, 물론 애들 빌려주려고 산 건 아니지만 애들도 종종 빌려주었다. 내 딴에는 여기저기서 추천받은 것들을 엄선해서 샀고, 돈 주고 산 청소년 소설 중에 후회한 건 없다. 그런데.... 책을 돌려주지 않는 아이들이 등장하였다. 그냥 애들이 자기 빌리는 버릇대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체육복이 돌고 돌 듯. 주인이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빌리고, 또 그걸 누구에겐가 빌려주고, 그러니까 자기 체육복은 어디 갔는지 모르고, 그러니까 또 누구 것인지도 모르지만 대충 빌리고.. 이런 식이랄까? 사람의 이런 습성이 몇 살까지 유지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의 책도 이렇게 다루고 있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난 너희한테 책을 선물한 게 아닐뿐더러, 나에게도 소중한 책이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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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들의 시험 태도학교에서 하루하루 2010. 12. 13. 23:25
시험 기간은 수업을 안 해서 좋은가? 사실 수업 시간에 애들은 지루한지 모르겠는데 나는 안 지루하다. 그런데 시험 감독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지루하다. 그래서 난 시험 기간이 싫다. 그리고 애들은 시험 기간에 공부를 해서 힘들겠지만, 나도 문제 내는 게 참 힘들다. 꼼꼼하지 못한 사람이라 더 그런가보다. 그리고 문항분석표, 출제근거표, 서술형 채점 기준, 정답이랑 해설.. 뭐 이런 것들을 만들어서 내는 게 문제 내는 것보다 더 귀찮게 느껴진다. 그래서 시험 기간에 내가 좋은 게 뭐가 있나 생각해 봤는데, 내가 평소에 수업 시간에 보지 못했던 아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게 좋다. 그리고 내가 수업 들어가는 반에 감독 들어가는 게 더 푸근하고 마음이 편하다. 얘네랑 좀 정이 들었군, 하고 느낄 수 있어서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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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지도의 비결은 뭘까!학교에서 하루하루 2010. 10. 26. 23:48
으악 오늘 점심시간 식당 질서지도 당번이라서 점심 시간 종이 치고 룰루랄라 나갔다. 는 거짓말이고 갑자기 너무 추워져서 겁을 내면서 나갔다. 급식 지도를 할 때에는 적당-히 눈을 감는다. 예를 들어서 3,4반-5,6반-7,8반-9반-1,2반 순서로 먹는 날이다! 그런데 6반 애들이 줄 서 있는데 갑자기 4반 애가 눈에 띈다! 아마 6반의 A와 4반의 B가 절친이라서 그런 것 같다! 하면 원칙적으로는 4반의 B는 급식 맨 뒷줄로 가야하지만 그냥 적당히 못본척, 몇 반인지 모르는 척 내버려둘 때가 많다. 애들이 막 신고를 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지금까지 없었다. 문제는 애들이 막 밀어댈 때. 대체 왜 그러는 지 모르겠는데! 민다고 밥을 빨리 먹나! 그래서 밀지 말라고 지도를 할 때가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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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중학생의 진실을 몰라학교에서 하루하루 2010. 10. 3. 10:13
나도 어렸을 때 저랬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중학생이 어리다는 걸 많이 깨달은 한 학기. 수업 시간에 왜 껌을 씹으면 안되는 지 설명해줘야 한다. 선생님이 "너 왜 필기 안 해!" 라고 했을 때 "쌤 저 연필이 없어요"라고 말하기 전에 미리 필기도구를 준비해야 한다고 일러줘야 한다. 아 필기 얘기를 시작하니 할말이 많다. 필기를 시키고 나서 교실을 돌아다니며 꼭 확인을 해야 한다.(필기해야 할 부분에서는 "자, 이거 필기해야해~"라고 말했다고 애들이 필기할 거라고 믿었다가 얼마 전 그 믿음이 처참하게 깨졌다.) 내가 어린 시절 주입식이라고 생각해서 싫어했던 선생님의 그 시절 말씀들, "빨간 펜으로 밑줄 그어, 여기여기에 써..." 이런 말을 왜 꼭꼭 하셨는지 알겠다. 특히 혼낼 때, "왜 떠들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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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30개를 걷었다'ㅡ'학교에서 하루하루 2010. 6. 5. 05:59
나는 사실 핸드폰 중독의 기운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학교에서 바빠서 핸드폰 볼 시간도 없지만,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 문자 보내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지하철에서 할 일이 없으면 문자질을 했고, 핸드폰이 없으면 괜히 허전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당연히 뭔가 마음잡고 일을 하려고 할 때 방해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임용 공부를 할 때는 독서실에는 아예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았다. 핸드폰이 무엇인가 일을 할 때에 얼마나 큰 방해가 되는지 알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울리는 핸드폰에는 나름 엄하게 대응하려고 해 왔다. 학생을 벌점으로 통제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뿐더러, 벌점이 큰 벌이 아닌 것 같아서 정말 벌답게 무조건 1주일 압수를 했었다. 1학년의 한 반에서 진동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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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백일장 심사를 했다.학교에서 하루하루 2010. 4. 30. 00:59
지난 어느 토요일에 진로찾기대회가 있었다. 그 중 한 종목이 진로백일장-미래의 꿈을 이룬 나의 모습 그리기, 꿈을 위해 내가 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쓰기 등등이었다. 꿈을 성취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한 글들이 많았다. 사형제도를 두고 고민하는 판사, 학생들과의 이상적인 관계를 맺는 선생님, 연구실에서 각종 실패를 딛고 신기술을 개발한 연구원, 동물 학대를 다룬 다큐를 보고 눈물 흘리는 사육사 등등, 다들 정말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쓴 것처럼 심각한 고민이 담겨있기도 하고 구체적인 하루 일과가 담겨 있기도 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선생님이 꿈인 아이들도 꽤 있었는데 내가 학생들을 접하며 하는 고민들이 들어있기도 해서 뜨끔하기도 했다. 세 개를 뽑아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