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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15년일상 2015. 7. 21. 20:43
마의 2015년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 몸살이 나으면 위염이 오고 위염이 나으면 꼬리뼈를 다치고 허리가 나으면 편도선염이 오고 편도선염이 나으면 위경련이 오고 위가 나으면 후두염이 오고 목이 나으니 이젠 무릎이 아프다. 전에 없이 편한 학교에 왔으나 전에 없이 기력이 없다. 나에겐 더없이 낯선 날들. 쓰잘데기 없지만 올해의 상태가 너무 낯설어 기록해두고 싶다. 혹자는 학교를 옮겨서 그렇다고 하고 혹자는 방학 전날이라 지쳐서 그렇다고 하고 혹자는 결혼할 때가 됐는데 결혼을 안해서 그렇다 하고 혹자는 너도 이제 30대가 되려고 그런다고 하는데 어디 가서 며칠간 푹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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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하나 지키기가 어렵다학교에서 하루하루 2015. 7. 7. 20:34
중학교 1학년은 OMR카드와 컴퓨터용사인펜을 처음 써 보는 아이들이라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이면 답안지를 정말 이렇게도 쓸 수 있겠구나, 나에게 새로운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준 아이들도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3반이라고 표기하고 싶으면 왼쪽 줄에서 0, 그 옆줄에서 3을 칠하는 대신, 가장 왼쪽 줄에서 0과 3을 동시에 마킹해버리곤 한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냥 점 하나를 찍고 마킹했다고 우기는 애들도 있고 또 잘못 마킹했다고 답안지를 파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 시기를 지나면 나는 빨간색 플러스펜으로 예비마킹을 강요할 필요는 없겠다고 최근에 생각하고 있었다. 수능도 예비마킹이 안되고, 대부분의 시험에서 예비마킹으로 인한 인식 오류는 수험생의 책임이라고 하잖아? 그러면 오히려 아이들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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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일상 2015. 7. 7. 19:24
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내가 처음 읽었던 신경숙의 소설 속의, 이 구절을 잊을 수가 없다. 십대 초반부터 내 머릿속에 새겨졌던 문장이었다. 내가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내가 초등 고학년~중학생 때엔 지금처럼 청소년 소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동문학을 읽기엔 좀 유치하게 느껴지고, 본격문학(?)을 읽기엔 좀 어려운.. 그래서 그때쯤 하루키나 바나나를 많이 읽었긴 한데 그건 교과서 속의 문학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거지 중학생이 뭘 이해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날 아빠가 프린트해서 읽고 있던 몇몇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들여다보게 됐다.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 그리고 신경숙의 '작별인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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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참 금방 잊는다일상 2015. 7. 7. 19:11
어쩌다 뜻한 바 있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자타공인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라... 아주 무리한 계획을 세워 매일 실천을 못 하는 중에 새록새록 옛 생각이 난다. 나는 원래 욕심을 부려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고 자책하는 나날을 반복하곤 했다. 이런 버릇이 자존감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원래 사람이 100을 목표로 해야 80이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제 계획을 다 못 지킨 것에 대해 심하게 자책하진 않는다. 내가 또 무리한 계획을 세웠구나, 아마 평생 이럴 모양이지.... 정도로만 생각한다. 오랜만에 시험 준비를 하려다보니 없는 게 너무 많다. 스톱워치를 갖고 공부시간을 체크하고 싶은데 임용 준비할 때 쓰던 건 그해 겨울에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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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_여름의 눈으로 보기일상 2015. 6. 14. 11:44
여러 이유로 잊을 수 없는 영화라서 여러 번 보긴 했는데 맨정신에 다시 본 건 처음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게 많아서 다시 쓰는 감상. 언뜻 보면 썸머 이 나쁜뇬!! 내맘을 갖고 놀고 나한테는 사랑은 안 믿는다고 상처주고 떠난 주제에 딴놈이랑 결혼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보니 톰이 엄청 찌질하다. 멋진 조셉 토끼가 연기해서 그렇게 안 보였던 것뿐이다. 왜 썸머 같은 이쁜이가 톰을 좋아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톰은 건축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감사카드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물론 세상에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과는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기 일에 애정도 없고 마지못해 일하는 느낌인 사람은 좀 별로다.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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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아이와 나>를 들으며일상 2015. 6. 11. 22:40
1-1회 '모성애는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아이가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점점 사랑하게 되고 이 아이를 위해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성애가 본능이라는 이야기엔 약간 거부감을 갖는 편인데(나는 사회적 학습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식욕처럼 본능이라면 내가 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스스로 아무리 해도 잘 설득이 안되는 게....설명이 안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모성애가 깊어진다는 이야기엔 납득이 갔다. 무엇보다, 아이 성향상 엄마의 사랑에 대해 반응이 없거나..하면 엄마도 지치고 힘들고 짜증스러워진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나도 모르게 부모가 저렇게 키웠겠지, 하고 자동적으로 생각이 나올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의 양육과 아이의 성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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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세례일상 2015. 6. 4. 17:49
이 사람과 헤어지면... 다시 이렇게 날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다시 이렇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연인과의 헤어질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저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Absolutely Yes. 내가 헤어지라고 종용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만나라고 최대한 이야기하지만 어쨌든 저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다시 만날 수 있지~ 라고 대답한다. 누군가와 사랑이 깊어지는 이유, 그 사람과 내가 잘 맞는 이유는 '함께 보낸 시간' 덕분이니까. 나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몇몇 친구들을 정말정말 사랑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서로 한 마디를 해도 콩떡 같이 잘 이해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시간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소개팅을 할 때에도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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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화나게 하는가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5. 21. 17:08
달을 보고 아이고 슬프다~ 느꼈으면 달이 나를 슬프게 한 거예요, 내가 슬프게 느낀 거예요? 똑같이, 다른 차가 앞에 끼어들면 그 차가 나를 화나게 한 게 아니라 내가 화를 낸 겁니다. 그러니까 그럴 때마다 '아이고 내가 또 화를 내는구나~ 내 성질이 아직 더럽구나~' 하세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들었던 법륜스님 팟캐스트의 한자락이 기억이 났다.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이걸 반대로 써먹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미친듯이 화를 내더라도,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잘못에 대해선 고치면 된다. 과도하게 화를 내는 사람의 화를 풀어줘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편안해졌다. 담임교사에게 주말 내내 전화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면 화는 그 사람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