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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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참 금방 잊는다일상 2015. 7. 7. 19:11
어쩌다 뜻한 바 있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자타공인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라... 아주 무리한 계획을 세워 매일 실천을 못 하는 중에 새록새록 옛 생각이 난다. 나는 원래 욕심을 부려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고 자책하는 나날을 반복하곤 했다. 이런 버릇이 자존감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원래 사람이 100을 목표로 해야 80이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제 계획을 다 못 지킨 것에 대해 심하게 자책하진 않는다. 내가 또 무리한 계획을 세웠구나, 아마 평생 이럴 모양이지.... 정도로만 생각한다. 오랜만에 시험 준비를 하려다보니 없는 게 너무 많다. 스톱워치를 갖고 공부시간을 체크하고 싶은데 임용 준비할 때 쓰던 건 그해 겨울에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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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_여름의 눈으로 보기일상 2015. 6. 14. 11:44
여러 이유로 잊을 수 없는 영화라서 여러 번 보긴 했는데 맨정신에 다시 본 건 처음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게 많아서 다시 쓰는 감상. 언뜻 보면 썸머 이 나쁜뇬!! 내맘을 갖고 놀고 나한테는 사랑은 안 믿는다고 상처주고 떠난 주제에 딴놈이랑 결혼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보니 톰이 엄청 찌질하다. 멋진 조셉 토끼가 연기해서 그렇게 안 보였던 것뿐이다. 왜 썸머 같은 이쁜이가 톰을 좋아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톰은 건축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감사카드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물론 세상에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과는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기 일에 애정도 없고 마지못해 일하는 느낌인 사람은 좀 별로다.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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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아이와 나>를 들으며일상 2015. 6. 11. 22:40
1-1회 '모성애는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아이가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점점 사랑하게 되고 이 아이를 위해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성애가 본능이라는 이야기엔 약간 거부감을 갖는 편인데(나는 사회적 학습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식욕처럼 본능이라면 내가 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스스로 아무리 해도 잘 설득이 안되는 게....설명이 안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모성애가 깊어진다는 이야기엔 납득이 갔다. 무엇보다, 아이 성향상 엄마의 사랑에 대해 반응이 없거나..하면 엄마도 지치고 힘들고 짜증스러워진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나도 모르게 부모가 저렇게 키웠겠지, 하고 자동적으로 생각이 나올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의 양육과 아이의 성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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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세례일상 2015. 6. 4. 17:49
이 사람과 헤어지면... 다시 이렇게 날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다시 이렇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연인과의 헤어질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저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Absolutely Yes. 내가 헤어지라고 종용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만나라고 최대한 이야기하지만 어쨌든 저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다시 만날 수 있지~ 라고 대답한다. 누군가와 사랑이 깊어지는 이유, 그 사람과 내가 잘 맞는 이유는 '함께 보낸 시간' 덕분이니까. 나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몇몇 친구들을 정말정말 사랑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서로 한 마디를 해도 콩떡 같이 잘 이해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시간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소개팅을 할 때에도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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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우일신일상 2015. 5. 9. 19:41
오늘 아침에 엄마가 김치찌개를 끓이셨다.아빠 그릇에 김치찌개를 덜면서 엄마가 말했다."아빠는 줄기 좋아해~ 줄기 많이 퍼줘야지" 아빠의 대답이 반전이었다."너는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모르냐? 네가 이파리 좋아하니까 내가 지금까지 맨날 줄기 먹은 거야~" 부모님의 이렇게 애정어린 대화는 처음 들어본다.그리고 결혼 30년이 되도록 상대를 모를 수 있는 거구나.사람은 정말 정말 모르는 거구나. 학생이든 가족이든 저 사람은 저럴 거야, 하고 단정짓지 말아야한다고 새삼 깨달았다. 하긴, 연애에서도 얘는 이러겠지, 뻔하게 느끼는 순간 이별이 온다. 호기심을 잃었다는 것은 관심을 잃었다는 것과 같은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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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강의일상 2015. 4. 23. 18:54
정희진샘의 강의를 듣고, 마음이 자유로워져 여행을 취소하였다. 1. 자기 소개의 정치학과 윤리학 -인생은 자기 재현이다 -자기 소개에 나의 지적,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게 된다. -자기 소개를 남이 하는 것, 남이 나를 규정하는 것이 타자화 -직업이 정체성/지위/자아/계급이 될 수 있는가. 직업이 생계가 아니라 위계가 되는 사회가 문제다 -'~주의'는 지향이 될 수 있지만 정체성은 X '~주의'가 정체성이 되면 나는 '판관'이 되어버린다. -근대 이후 개인individual은 없다 2. 환경과 결과는 무규칙(인과관계 없음) -원인은 너무 많고 복합적이고, 대책은 없다. 3. 행위 뒤에 행위자 없다(주체 subject 없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하는 "행위" 4. 잃을 것이 없는 사람, 원하는 것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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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home일상/하루에 한장 2015. 3. 28. 23:02
어릴 때 교환일기를 쓰면서 '우리 아줌마가 될 때까지도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 J. 우리는 점점 아줌마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가고 있으니 그 약속은 아마 지킬 수 있겠지....... 하튼 이제 신혼부부가 된 J와 J의 남편인 심군의 스윗홈에 다녀왔다. 여자들이 많은 교사 카페 익명게시판에도 '여교사는 퇴근이 빠르니 집안일도 알아서 잘 할 것 같고, 육아휴직도 잘 되는 데다가 교육학을 배웠으니 애도 그럭저럭 키울 것 같고, 그러다가 때 되면 복직해서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돈도 벌고 연금도 나오니 일등 신붓감이다' 라는 남자들의 글이 용감하게도(?) 올라오는 이 시대라, 나는 일등신붓감 되려고 교사가 된 게 아닌데 저렇게 대상화되는 게 정말 불쾌하다고 생각도 하다가왜 나는 저런 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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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 사심 50%, 교육자의 관점 50%로 쓴 감상일상 2015. 2. 22. 09:24
스포 엄청 많음 아마도. 이 영화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 로봇 격투에 빠진 히로는 순수하고, 그의 형 테디는 어찌나 착한지 사람 고치는 로봇을 엄청 열심히 만든다. 사실 여기에서 나의 개인적 취향이 좀 개입하긴 하는데, 나는 헐리웃 영화에서 그려지는 Nerd 공대생 캐릭터에 사족을 못 쓴다. 자기 분야에서만 엄청 천재적이고, 사람들과도 솔직하게 관계 맺고 마음도 순수하고, 연애 경험도 없다가 어느 날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이 영화에선 그런 캐릭터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니 일단 나에겐 별점 세 개 정도 먹고 들어간 듯하다. 특히 내가 테디에게 반한 대목은 이런 거다. 로봇 경기를 하겠다, 대학 따위 가지 않겠다고 고집피우는 (아마도 자기는 세상 다 안다고 믿지만 실은 시야가 좁은) 동생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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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일상/하루에 한장 2015. 2. 15. 10:02
초를 하나 켜면 방을 빛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귤을 하나 까도 방을 향기로 가득 채울 수 있다. 방을 스무 번쯤 가득 채울만한....레드향 한 박스를 선물받았다+ㅁ+ 이제 슬슬 귤이 들어가는 철인데훗훗 잘 걸렸다 레드향, 묵직하다.신 과일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까보도록 하겠습니다 껍질이 술술 까진다. 생각보다 얇아영 발가벗겼다. 방 안에 귤냄새가 가득!!!!! 발가벗겨진 걸로도 모자라 속 껍질도 술술 벗겨지고 난리다. 자식...... 한라봉도 그런 것 같은데 이렇게 탱탱하게 가득가득 물이 차서 맛나 보인다.귤이랑 한라봉의 중간이라는데 생각보다 달달했다. 물 가득 단맛 가득. 어제까지도 계속 위가 아파서 토하고 못 먹고 고생했는데먹고 나서 위가 아픈듯 아닌듯? 이런 물기 많은 과일이 너무 먹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