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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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문집 제작기5. 릴레이소설을 쓰다가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6. 2. 9. 11:00
내가 많이 기대했던 릴레이소설. 우리 반 애들이 글솜씨가 엄청 뛰어난 건 아니지만 왠지 재미있게 잘 쓸 것 같았다. 문집을 만든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사람에 한 줄만 쓰기' 같은 제약을 두었다는데, 나는 아예 그렇게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야한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고 지금도 왜 그래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애들이 10장씩 쓸 리도 없는데.. 그리고 뭐 글쓰기란 게 그걸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못 하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싫으면 한 줄만 띡 써도 되고, 스토리텔링에 욕심이 있는 아이들에겐 많~이 쓸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지 뭐, 하고 생각했다. 한 줄씩만 쓰라고 했던 친구는 결과적으로 애들이 쓴 소설이 별로 재미가 없다고 툴툴댔는데, 나는 애들이 너무 약빨고 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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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문집 제작기4. 아이디어 폭발!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6. 2. 8. 20:07
사실 열 명이 넘는 편집위원들을 데리고 문집 회의를 진행해갔지만, 사실상 문집 제작이 진행된다기보다는, 계속 아이디어만 나오고 정리가 되지 않는 회의들의 연속이었다. 우리반 친구들의 발랄함 덕분^^ 책과 영화를 정말 많이 보는(나보다도 많이 본 것이 분명하다) ㅇㅎ이가 책이나 영화평을 싣고 싶다고 했고,릴레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의견도 나오고, 가장 절정은 "샘샘~ 우리 특집 기사 같은 것도 실었으면 좋겠어요.""특집? 어떤 걸 말하는 거야~?""ㅎㅇ이가 평소에 보면 진짜 웃기거든요. 몸개그도 많이 하구요. 그래서 그런 거 밀착취재해서 쓰면 좋겠어요.""맞아요~ ㅎㅇ이가 진짜 다중이 같은데 그런 거 쓰면 재밌을 것 같아요!"그러면서 ㅎㅇ이가 오늘 어떻게 해서 아이들을 웃겼는지, 어떤 웃긴 말을 하는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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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문집 제작기3. 이것저것 진행하기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6. 2. 7. 08:34
문집 이름 정하기.아이들에게 문집이름공모용지를 나누어주고, 며칠 시간을 두고 응모를 받았다.상품은 바로바로!! 친한 친구들을 데리고 선생님과 떡볶이 데이트를 하는 것. 그렇게 해서 응모한 제목을 두고 또 아이들에게 투표를 시켰는데 -_- 아 정말... 이라니.... 이건 내 네이밍 센스가 용납할 수가 없어...그래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김중혁 소설 제목에서 따온 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는데 애들은 계속 이 좋다고 해서, 그걸 부제로 붙이기로 했다. 문집 편집위원들이 정말 고맙게 타이핑 봉사를 많이 해줬다.그러면서 애들 글씨 못 읽겠다고 아우성.. 어떤 친구는 애들 맞춤법 틀린 것들 보면서 암 걸릴 것 같다고 아우성.. 칭찬 마니또, 릴레이 소설, 문장완성검사, 앙케이트 등등 다양한 활동을 좀 급하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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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문집 제작기 2. 1-2차 회의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6. 2. 7. 08:33
첫 회의!회의 안건지를 만들면서, 대학교 때 학회나 학생회 회의 안건지를 만들던 기록이 새록새록.. 편집도 그때 하던 것과 똑같은 스타일로 했다. 다행히 1학기에 자서전쓰기를 해서 문집에 그냥 그걸 다 실으면 될 것 같았다. 편집위원들에게 분배해서 타이핑해 오라고 해 주었다. 문집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 아이디어를 내가 좀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내밀었고, 애들이 몇 개는 자르고 몇몇 개는 좀 수정하고~ 아이들 의견도 내고 재미있었다.첫 회의 하고 나서 문집 위원을 하겠다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서 든든. 그리고 수업 들어가서 8반에서 미리 "8반 아이들이 본 7반" 글을 쓰고 싶은 아이들에게 자원을 받았다. 신기하게 8반은 자기네 일도 아닌데 써 보고 싶다고 손 든 아이들이 3명이나 되었다. 정말 어디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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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문집 제작기 1. 응모와 당첨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6. 2. 7. 07:52
학급 문집 신청!창비에서 주최하는 학급 문집 제작 이벤트.2012년인가 한번 당첨되어서, 그 당시 수행평가로 썼던 글들을 묶어 "교과문집"을 만들었다. 그때가 학급 문집 이벤트를 했던 첫 해라 그런지, "150부를 찍어서 교과문집으로 제작해도 될까요~?" 라는 요구에도 OK가 되었는데, 요즘은 딱 잘라 50부 이내라고 처음부터 공지가 뜬다.문집이 만들면 좋긴 한데 아무래도 제작비가 부담이 되어서....'당첨 되면 만들고 안되면 말아야지'하는 맘으로 신청했는데 짠짠!! 역시 나란 여자 운 좋은 여자.. 당첨 사실은 1학기 때 알았지만 천천히 시작해야지 하고 미뤄두면서 어영부영 여름방학을 보냈다.사실 지난 여름 즈음에는 공부한다고 딴 데 신경도 별로 안 썼지.. 그리고 두둥. 개학날 아침, 문집을 그냥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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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일반교사(교과전담)학생 만족도 조사학교에서 하루하루/공립에서 수업하기 2015. 12. 14. 21:59
서술형 * 좋은 점 -착하시다우리를 잘가르쳐주신다 -재밋게 잘 가르치신다 -수업잘해주심 왕 착하긴하나 화나면무서우심 덜덜 -선생님이짱이에요담임쌤다음으러 -수업에 안졸게 해주신다 -설명을 너무잘해주신다 -수업도 재미있고 잘 가르쳐주셔서 너무 좋으시고 친절하시고 평생 수업듣고 싶은 선생님이에요 -완벽하다. 예쁘시다 성격도 아름답다 그냥 여신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신줄 눈부셔죽는줄알았다 와아 여신이다 우리학교에서 제일 얼굴성격미인이신듯-수업이잘들어온다-매 수업시간마다 복습질문해주시고 필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정말 이해가 잘되게 가르쳐주셔서 이런점수가나온건 3년동안 처음이였어요 감사합니다!-너무 잘 가를쳐주시고 복습을 계속 시켜주셔서 집에서 공부할때도 별로 막히는 것 없이 잘되요-친절한 말투와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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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을 좋아하는 이유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11. 3. 18:55
서울형 자사고를 지원하려는 아이들이 제각기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고 들고 와서 너무 힘들다는 진로샘의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아예 오늘 7교시 후에 애들을 모아서 자소서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고, 시험 끝나면 써오라고 하겠다고 하셨다. 하나하나 봐 주기는 힘들 것 같다고. 7교시에 9반에서 수업하고 있는데 끝나는 종이 치기 3분 전에 진로샘이 방송을 하셨다. 자사고 희망자들은 끝나면 진로실로 오라고~ 나도 그래서 덧붙여줬다. -시험 전날이라 마음이 급하겠지만, (자사고 가고싶으면) 너희가 문제 한두 개 더 맞는 것보다 자소서 잘 쓰는 게 더 중요하니까, 가 보는 게 좋겠다. 반응들이.. -야, 너 갈거야? -저기 꼭 가야돼? 서로 의논하다가 -쌤, 그냥 국어샘이 봐 주시면 안돼요? 하길래 -우리 반 애들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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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될까봐 두려워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7. 20:27
1년간 애니메이션 비평반을 운영하고 난 후기. 덕후라고 하기엔 한참 부족하지만 중학교 때 애니메이션 정말 좋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이런 거 말고 TV 시리즈물. 만화도 좋아하고 애니도 좋아하고 코스프레도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애니메이션을 실컷 보고 조금은 편하게 동아리 활동을 운영해보고 싶은 흑심에서 올해 동아리활동에선 애니메이션 비평반을 개설했다.원래는 애니를 좋아하는 애들(소위 덕후)을 데리고 '이게 옛날의 명작 애니다!!!!'하고 내밀면서 내가 10년 전에 보지 못했던 아쉬운 작품들을 보고 싶었다. 작품성도 있고 내가 재밌게 봤던 것들로 골라서. 예상은 했지만 역시 가위바위보에서 진 애들이 많이 왔다. 돈도 안 들고 자기네가 봐도 '과학실험반'보다는 좀 편할 것 같았겠지. 그래서 옛날 작품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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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자, 불안해하지 말고 맡겨주자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9. 27. 20:05
이번에 발가락이 다친 것도 썩 반갑진 않았지만.. 그보다 학교를 3일 쉬면서도 부담임 샘한테도 괜히 미안하고, 애들이 잘 하고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었다. 와- 그런데 역시 3학년이라 그런지 자기들끼리 꽁냥꽁냥 잘 생활하고 있었다. 정말 놀랐던 건!! 자리를 바꾸는 주였는데 자기들끼리 자리를 쫙 바꾸고 자리표도 내가 평소에 출력한 것과 똑같은 모양으로 그려서 교탁에 찰싹 붙여놓았다. 담임이 없다고 청소에 도망가는 아이도, 무단조퇴를 하는 아이도 없었다. (학교를 안 나온 아이도 있었지만, 내가 없다고 안 나온 건 아니니까 패스) 올해가 행운의 해라서 나와 잘 만난 아이들을 만난 탓도 있지만, 내가 없어도 세상도 잘 돌아가고 내가 없어도 아이들은 잘 해나간다. 막 챙겨주면서 내가 참 좋은 선생이라고 뿌듯해..